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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Nov 11. 2020

우연과 우연이 만나 가끔은 완벽에 가까운 순간들이

나의 첫 유럽여행기






아주 가끔 완벽하리만큼 모든 것이 좋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내겐 재작년 다녀온 유럽여행이 그랬다.

사실 출국할 때 비행기를 놓칠 뻔했고, 무전기를 잃어버려 보증금까지 물어야 했던 아찔하고 속상한 일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기억들은 아주 작게 느껴진다.


신기하리만큼 모든 것이 좋았다.

파리에서 스위스로 국경을 넘어가며 들었던 음악과 창밖 풍경들, 베로나의 로맨틱한 골목길, 베네치아의 수상택시를 타고 바라본 황홀했던 야경, 로마에서 먹었던 진한 에스프레소의 향과 거리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가슴 몽글몽글하도록 여전히 좋게 기억되는 건 여행 그 자체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았던 것이 컸다.

풍경은 아름다운데 함께 한 사람이 힘들 때도, 내 마음이 복잡해 온전히 눈 앞의 풍경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는 여행도 많았으니까.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열 살 어린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 열흘 동안 같은 방을 썼던 꼭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마음이 잘 맞아 서로가 너무 신기해했던 춘천 사는 동생 C, 잔소리는 많았지만 멋지게 팀을 잘 이끌어주셨던 가이드님, 편하고 즐거웠던 같은 조 언니 오빠 동생들.



여정, 사람. 두 가지가 모두 다 좋았던 여행.

살아보아서 안다. 그런 기회는 아주 드물게 온다는 것을.

그런 시간들은 노력만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여러 우연과 우연이 만나 행운처럼, 선물처럼 단비가 내리듯 아주 가끔 찾아온다.




가끔 그 열흘간의 시간.. 많이 그립다. 하루하루가 충만하게 행복하던 시간. 낯선 곳에 놓여 부지런히 감탄하고, 그 즐거움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던 시간들.

때때로 인간은 어떤 좋은 기억을 붙잡고 그 기억에 기대어 사는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그리워하고플만큼 멋진 시간을 언젠가 만나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그런 순간을 만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기에 우린 가끔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는지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던 나의 첫 유럽여행. 나는 앞으로도 살면서 가끔, 행복하게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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