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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pr 25. 2021

그냥 하는 사람,

진짜 변하고 싶다면.



무언가 변하고 싶을 때 그 무언가를 바로 하기보다 관련된 책을 읽는다던가 인터넷 검색을 먼저 하는 습관이 있다. 다이어트, 영어공부, 재태크, 집정리 등 생활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서 말이다. 최근엔 집이 늘 어수선한 게 계속 신경이 쓰여 예전에도 보았고 이미 머리로도 알 법한 내용이 담긴 살림 관련, 미니멀라이프 책 등을 가득 빌려와 또 읽고 있는 중이다.

살을 빼고 싶으면 휘핑모카 대신 아메리카노를 먹고, 티비 끄고 당장 운동화를 질끈 묶고 나가야 하고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프렌즈를 보든, 학원을 가든, 외국인친구 사귀든 꾸준히 뭐라도 해야한다. 집이 어수선하면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정리하고 남은 물건들의 제자리를 정해주고 쓰고 난 후엔 원위치, 이 정도의 시스템만 갖춰도 훨씬 나아질 것임을 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어느정도 마음 안에 동기부여 될만한 것들이 몽글몽글 부풀어 오를 그 즈음이 되면 그제서야 몸을 움직여 겨우 한발 내딛는다. 한마디로 예열이 길다. 유튜브로 ‘한 달에 5키로 빼기’, ‘요요없이 체지방 줄이는 법!’ 같은 영상들을 찾아보는 열정, <심플하게 산다>, <미니멀라이프 아이디어> 같은 책을 도서관에 한가득 빌리러 가는 나의 이 부지런함을 복근 운동 매일 10개, 하루 5분이라도 꾸준히 쓸고 닦는 데에 썼다면 나는 이미 몸짱에다 우리 집은 훨씬 쾌적한 집이 되어있을 것 같다.



무언가에 착수할 때 관련 책이나 정보 글을 읽으면 다시 한번 머릿속이 환기가 되고 마음 안에 조그마한 열정이 차올라 실천할 힘이 생겨 그런 것들도 어느 정도는 필요함을 아는데.. 나의 경우엔 이 예열 과정에 나의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고 정작 실천의 영역에 들어서서는 용두사미가 될 때가 참 많다. 생각해보니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것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고 운동을 하고 청소를 하는 것은 내가 ‘직접’ 해내야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 건 달콤하고, 편하고 안락한 세계라면 내가 직접 움직이는 건 내 에너지를 써서 땀한 방울이라도 눈에 보이게 흘려야하는, 힘든 세계, 그런데 사람이 진짜 변하는 세계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의 세계에서다. 어쩌면 나는 예열이라는 명목으로 실천을 자꾸 유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다이어트와 영어공부 책을 찾아 읽는 나. 10년 뒤에는 그저 하루에 몇 분이라도 걷고, 다만 몇 마디라도 영어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뭐든 머리로 하려 말고, ‘그냥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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