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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pr 29. 2021

미워하는 마음, 이해 안 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을.


“결혼하면 알아서 인간관계 정리 돼~”

결혼하기 전 저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너무 흔한 말이고 귀에 익은 말이라 감흥도 크게 없던 말, 웬걸 결혼 소식을 전하며 그제서야 새삼 저 말의 위력을 깨닫게 됐다.
톡을 읽었는데도 답이 없어 많이 바쁘냐는 나의 물음에 삼일 뒤에 답장이 와 애 때문에 정신이 없었네,라는 친구. 결혼식 다 끝나고 신혼여행 중에 연락 와 결국 바빠서 못 가 미안하다는 친구. 나중에 밥이나 먹자~ 하며 축의금도 없던 친구.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그들의 결혼식에 모두 참석해 축의금도 함께 건네며 축하해주었다. 나의 상식으로는 내 결혼식에 와 축하해준 친구가 결혼한다하면, 특별한 사정이 있지않는 이상 참석할거고 만약 못 가게 되면 축의금이라도 전달해줄 것 같은데, 안 그런 사람도 꽤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것도 참 신기한 게 안 그럴 것 같은 애들이 그랬고, 오히려 와주면 고맙고 그렇지 않아도 덜 서운할 것 같은 지인들이 묵묵히 자리를 많이 채워줬던 기억이 난다.
결혼 후 그 친구들에 대한 서운함이 얼마간 갔던 것 같다. 특히 그 중에 한 친구는 나이 들어서는 신혼집이 서로 멀어 자주 못봤지만 중학교때부터 정말 많이 친했던 친구였기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네가..’ 이 마음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지금 만약 이런 일을 겪으면 그때처럼 얼마간 황당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마 그때만큼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 요즘 들어 이런 마음들에 이젠 크게 에너지를 쏟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저히 기분 나빠 안되겠어,싶게 직접적으로 감정 등에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닌 이상 굳이 내가 내 에너지를 소모적인 데 쓰기가 싫어지는 것 같다. ‘나 같으면 안 저럴텐데..’에서 ‘아 저 사람은 저렇구나.’의 마음으로.


내가 갔다고 꼭 오라는 법은 없으며, 그냥 그 친구들은 그런 사람인 거다. 비꼬거나 체념하는 어조로 말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나와 다른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 내가 이렇다 저렇다 굳이 열을 내지 않아도 사람은 각자 산만큼 결과를 얻으니까. 너 그러고 잘되나봐라, 이런 마음도 아니다. 각자 가치관이 다르니 삶을 다르게 살아가는 것 뿐이다.
하지만 다른 걸 인정했다해서 관계를 다시 이어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에게 더 신실하고 소중한 인연들을 아끼며 살기도 삶은 짧으니까. 그 중 친했던 한 친구와의 어린 날 많이 웃던 추억들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참 씁쓸하기도 했는데, 이젠 너무 씁쓸하게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때 마음은 서로 진심이었으니까. 추억은 추억대로, 나와의 인연은 이제 끊어졌지만 친구는 친구대로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미워하는 마음, 이해 안 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이런 맘들이 생기려할 때마다, 내 맘을 자꾸 채우려할 때마다 기억하고 싶다. 흘려 보내자고. 나는 나의 인생을,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면 된다고. 내 안에, 더 귀하고 좋은 마음을 품으며 살자고. 그들 좋자고가 아닌, 다름 아닌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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