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하지 못한 맘과 정신을 갖고 살지만 최근 읽은 미니멀리즘 책들이 효과가 있었나, 오늘은 집안의 몇가지 물건과 가구들을 처분했다. 아가가 많이 움직이고부터 잘 쓰지도 않는 그러나 자리는 많이 차지했던 아기침대, 4~5개월 정도 짧게 모유수유하는 동안 쓰고 지금은 필요가 없는 수유쿠션, 수유시트 등등.. 신생아 때 주로 필요했던 육아용품들을 볼 때마다 애매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완전히 외동확정을 한 건 아닌데.. 나중에 또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그 마음들 때문에 몇 달을 그냥 계속 방치하고 있었다. 집이 넓어 보관해놓을 수 있으면 큰 고민이 없겠지만 세 식구가 살기에 스물 한평은 생활하기에도 비좁다. 부피 큰 짐들을 갖고 있는 게 또 짐이다. 무슨 맘이 일었는지 그냥 어제 당근마켓에 다 나눔한다고 글을 썼고, 오늘 몇 분이 오셔서 받아가셨다. 나눔 후 가구와 물건들이 있던 빈 공간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혹시나 나중에 둘째 낳으면 그때 또 사거나 나도 나눔 받지 뭐.’
예전엔 물건이 곧 돈이라는 생각에 쉽게 뭐든 잘 버리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젠 조금 달라졌다. 당장 또는 향후 얼마간 쓰지 않을 물건들을 안고 사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 복잡한 건 내 마음 하나로도 족하기에 집이라도 복잡하지 않았음 하는 마음.
육아용품 나눔 결정이 비교적 쉬웠다면 화장대와 거실장은 한 두달은 고민한 것 같다. 3, 4년 정도 사용했지만 아직도 새것처럼 깨끗하고 또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게 많이 아끼는 가구들이었다. 하지만 아가가 기기 시작할 즈음부터 자꾸 머리를 쿵 하면서 얼른 뭘 붙이던지 치우던지 해야지 했는데 모서리 방지대를 붙이려니 나중에 테잎 자국 덕지덕지 남는 게 싫고, 팔자니 제 값보다 아주 헐값에 올려야 팔리는 게 중고시장이다보니 괜히 맘 쓰리고..
그렇게 몇 달을 고민고민하다 오늘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붙이는 것도 파는 것도 아닌 엄마께 드리는 걸로.
너무 오래돼 낡은 친정집 거실장, 제대로 된 화장대 없이 대충 선반 같은 곳에 화장품 두고 쓰시던 모습 떠올리면 진작부터 엄마께 드리는 게 젤 낫지 싶었지만 가구들에 미련을 내려놓는 데에 나도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다.
“엄마 내일 용달 불러서 화장대랑 거실장 갖다드릴게요,”
“아이고 화장대 한번 꼭 갖고 싶었는데 딸이 이래 주네~ 넘 고맙다.”
새 것 사드리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좋아하시는 모습 보니 마음이 좀 이상하다.
어쨌든 나는 비워서 좋고 엄마는 화장대에서 화장해 좋고 우리 아가도 머리 쿵 안하고 엄마집 갈 때마다 보고 싶은 가구 볼 수 있고.
미니멀라이프가 오늘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을 한 것 같다.
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