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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Jun 04. 2021

작은 성공들


얼마전 친구들과 다이어트 내기를 했다. 목표는 한달에 2kg 감량하기, 벌칙은 지금보다 좀 더 어린 시절 흑역사 사진 카톡프사 3일 걸고, 또 만원 상당의 선물을 달성한 이들에게 사주기.

처음엔 쉽게 봤다. 그런데 말이 2키로지, 디데이 직전까지도 체중계를 쟀을 때 간당간당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3주 정도는 맘 놓고 있다 디데이 4~5일 남겨두고는 5시 이후로는 거의 잘 안 먹고 정 배고프면 방울토마토나 배춧잎 등으로 쓰린 속을 달래곤 했다.  '하..사진 걸기 너무 싫당..꼭 달성할거야!' 이 마음과 더불어 남편은 돈버느라 힘든데 나는 살 못 뺐다는 이유로 돈이나 쓰고.. 내가 평소에 친구들 선물을 그냥 사주면 사줬지, 그렇게 내기에 져서 돈을 쓰면 괜히 맘이 쓰라리고 자괴감이 들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밀려오다보니 막판에 휘몰아치는 허기도 그나마 참을 수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없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직전까지 0.5키로가 안 빠져 적잖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때쯤부턴 그냥 맘을 좀 내려놓기로 했다.
'그래, 디데이까지 최선은 다하자. 하지만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고작 2키로 빼면서 너무 비장한 것 같아 지금 쓰고보니 조금 우습지만 나름 심각했다..!

아무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결과는?!
모두 다 성공이었다.
대단한 우리들..! 아마도 첫번째 벌칙이 강력했던 것 같다.

내가 총 감량한 수치는 2.4kg.
대단한, 아주 큰 성공은 아닐수도 있지만 좋았다. 다같이 성공해서 또 좋았다. 정정당당하게 겨룬 내기였지만 괜히 져서 누구 하나 기분 꿀꿀할 일 없어 좋았다.

꼭 이런 내기가 아니더라도 작은 성공들을 자꾸 자꾸 늘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게 작은 성취들이 쌓이고 쌓여 건강하게 좋아지는 이 기분, 자주 느끼고 싶다.

재작년 독후감대회를 위해 장문의 두편의 글을 썼다. 입상은 못했지만 내겐 두 편의 소중한 독후감이 남아있다. 평소보다 더 깊고 찐하게 독서하는 시간 또한 가질 수 있었다.
작년부터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써서 뭘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지만 작가신청을 한번 도전해보고싶었다. 다행히 통과되었다. 평소 나의 브런치 조회수는 10 언저리를 웃도는데 갑자기 어느날 조회수가 천 단위로 폭발하는 날이 있었다. 친한 동생이 다음 메인에 내 글이 떴다고 알려주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드라마틱하게 뭔가 바뀐 것은 없다. 그치만 그런 작은 성취감들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은 느낌, 그건 확실히 있었다.

한달에 10키로 빼기, 글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이런 것보다 작게 여러번 내가 하고픈 작은 도전들을 해나가보려한다. 큰 한 방보다 여러번의 작은 성공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거라 믿으며.

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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