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Jul 05. 2021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

만년 다이어터로 사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내 기억으론 중학교 때부터인 것 같다. 내 몸을, ‘감량’을 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 당시 센세이셔널했던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를 친구에게서 빌려 언니랑 같이 영상을 보면서 운동을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알이 배기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그렇다고 내가 비만이거나 심하게 과체중이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아주 마르거나 날씬한 건 아니지만 보통 체중에서 많이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십대 때부터 지금까지 만년 다이어터로 살고 있지만 스스로가 시원~하게 만족할만큼 성공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결혼 전 4~5kg 정도 감량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진짜 많이 빠졌다, 예뻐졌다고들 하긴 했는데 그 당시 정작 나 자신은 내가 날씬해진 걸 몰랐다, 내가 알든 모르든 그마저 날씬(?)한 기간은 짧디 짧게 지나가버리고 결혼 후 2년 동안 야금야금 10키로를 찌웠다. 그 상태에서 또 임신을 했고 임신 후 출산까지 17키로가 더 쪘다. 그 17키로가 다 빠지는 데, 즉 임신 당시 몸무게로 돌아오기까지 딱 8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다이어트를 한다.

이상하게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을 하면 체지방률이 아주 높게 나오고 이상지질혈증에 또 작년엔 간수치도 높게 나왔다. 10대 20대와 다르게 지금은 건강 생각해서라도 살을 빼긴 빼야 하는 상황이다. 급한 순으로는 건강이 1순위인 것 같은데, 내가 살을 빼고자하는 그 마음 안엔 건강도 건강이지만 예뻐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렇다. 더 예뻐지고 싶어서 살을 빼고 싶다. 그럼 예뻐지고 싶다는 마음 안에는 무엇이 있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람들에게 더 관심받고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 안에 다른 목소리가 말하기도 한다.

‘왜 겉모습으로 사랑을 받으려 해. 겉모습이 아니라 네 안을, 내면을 채워봐.’

‘또 왜 겉모습이 어떻냐에 따라 사랑을 받고 안 받는다 생각해?’

‘지금 네 모습이 어때서, 지금 네 모습 그 자체를 사랑해주면 되잖아. 또 남에게 사랑받으려하기보다 너가 너 스스로를 사랑해주면 되잖아.’

안다. 겉은 껍데기라는 거. 그저 단정하고 깔끔한 정도만 되면 외적인 모습이 어떻든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을. 또 안다. 내 모습이 어떻냐에 따라 사람들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것만큼 불완전한 건, 또 씁쓸한 기분이 되는 건 없겠다는 걸. 또, 안다. 남들이 사랑해주는 것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고 먼저라는 것을.

그런데 그게 맞고 더 내게 이로우리라는 걸 아는데, 잘 안된다. 매일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생각들을 한다. 거울 속 부은 얼굴, 푸석해진 피부, 울퉁불퉁 정리되지 않는 옷핏이 마음에 안 든다고. 체지방이 사이사이 꽉 들어차 있을 두겹 세겹 되는 뱃살도 싫다고. 스스로를 예뻐하고 사랑하라는 세상 속을 살지만, 어떡하지, 거울 속 모습, 온전히 내 마음에 차지 않는데. 만족할만한 기준이 대체 어디에 있길래 왜 못나지도 않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지 나도 잘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게 어려워 다른 이에게 사랑받고 싶어하고 그 사랑받는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걸로 스스로를 판단하는 얄팍한 사람이라서 겉모습을 바꾸고 싶어한다. 억지로 나 있는 그대로를 예뻐해주는 것이 어려워 나는 계속 잘 성공하지도 않는 다이어트를 한다. 내가 원하는 45키로가 되면 나는 더 예뻐질까, 더 사랑받을까. 더 행복할까.

답은 모르겠지만 한번은 가져보고 싶다. 그 얄팍한 성취를, 욕망을.

가져보고 버리고 싶다.

가져봐야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210616

작가의 이전글 덜 돌아가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