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연예인은 못 돼~!"
순간 모두 빵터져 웃었다.
가끔 심한 장난을 쳐도 이상하게 밉지 않은 한 친구가 작년 여름 간만에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몇몇 친구들을 향해 한 말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친구들 표정은 '뭐야 언제 우리가 연예인 하고 싶댔냐고~어이없네?' 마치 가만히 있다 테러당한 듯 벙 찐 표정이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다 뭉쳐 자연스럽게 속얘기도 하고며 울고 웃고 했던 날이었다. 초중고딩때부터 친해 속속들이 서로 모르는 게 없는 베프들. 나를 비롯한 몇몇, 우리는 에피소드라면 둘째 가라면 서럽게 크고 작은 사연들을 자의로 또는 타의로 만들며 자라온 것 같다.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친구가 한 말은, 그래도 비교적 평탄하고, 가정이 화목한 편이고, 살면서 또 아주 치명적인 상처는 겪지 않을 수 있었기에 좋겠다, 평범한 게 좋은거야, 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 다 지금 연예인 될 것도 아닌데, 큰 굴곡없이 평범하다 말할만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그 또한 행운이 아닐까.
가끔 저 말이 생각이 난다. 웃기면서도 괜시리 잠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말이다. 내가 춤이나 노래나 연기를 하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대신 글이란 걸 가끔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할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글이란 것에 관심을 가졌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이 평탄하게 순조롭게 생각대로 항상 잘 흘러갔다면 나는 글을 썼을까. 내 사연, 내 경험. 부끄러우면서도 자꾸만 쓰게 되고 그러면서 또 신기하게 내가 나한테 위로받고 치유받는 것 같은 그런 시간들.. 그런데 처음부터 할 말이, 사연이 딱히 많이 없는 사람이면 이런 수고들 안해서 오히려 편한 거 아닌가.
굳이 보기 싫어 외면하던 속을 끄집어 들여다보고, 들추어내고 헤집고 쭈욱 늘어놓은 채 열린 곳에 전시를 하며 지내는 나. 이게 나고, 이렇게 쓰는 게 내가 가진 나의 인생일까.
모르겠다. 다만 알겠는 건, 내가 겪은 크고 작은 걍험, 아픔, 상처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자주 보듬어주고 싶어졌고, 때론 그것들을 되려 의연하게 봐버리자고 스스로한테 말해주고 싶다는 거.
2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