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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pr 22. 2022

스몰토크를 좋아하세요?



원래도 무릎이 좋지 않은데 육아하며 늘 아가를, 그것도 평균보다 좀 더 통통이 아가를 안고 씻기고 하느라 늘 무릎이 또 손목과 허리까지 안 좋아진 나. 나의 토요일 오전은 한의원 day다. 자주 가는 곳이 두 곳인데 한 곳은 의사, 간호사 모두 말수가 적은 편이다. 대신 환자들이 뭐가 필요한지, 어디가 불편하진 않은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게 느껴진다. 다른 한 곳은 처음 갔을 때부터 분위기가 첫 번째 한의원과 확연히 달랐다. 한마디로 화기애애 그 자체. 처음엔 의사, 간호사, 환자 할 것 없이 서로 허물없이 화기애애한 그 분위기가 생기 있게 느껴져 좋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서너번 가다보니 어쩌나, 갈수록 나랑은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침을 놓고 부황을 뜨는 그 짧은 시간에 꼭 무언가 어색하지 않게 스몰토크를 해야하는 원장님이셨다. 일만 하면 뭐하나, 수다도 떨며 뭐라도 주고받는 게 좋지 않나, 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나도 무조건 그런 스몰톡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일상에, 관계 속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때도 많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 곳의 스몰토크가 내게 불편한 건.. '본질'보다 곁다리 위주의 스몰토크를 주로 한다는 느낌에서다. 스몰토크라는 게 원래 그런 거긴 하지만.. 어찌 됐건 의사분은 환자의 병세의 차도라든지, 그런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보인다. 스스로가 일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그저 일터 즐거운 분위기 조성하는 것에 유독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다.

 이상하게 그 두 번째 한의원에 가면 첫 번째 한의원보다 말은 서로 많이 하는데 이상하게 더 불편하고 어색하다. 치료받는 그 1시간, 온전히 그냥 편히 쉬고싶기도 하고.

 문제는 둘 다 실력이 괜찮지만 확실히 침은 두 번째 한의사가 더 잘 놓는다는 것. 마음은 첫 번째 한의원이 더 편하고, 몸에는 두 번째 한의원이 낫다. 몸과 마음은 따로이진 않을텐데.. 모르겠다. 당분간은 그날 그날 몸이 원하는 곳, 마음이 원하는 곳 끌리는 곳으로 다녀야겠다.

 


21.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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