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Apr 22. 2022

책순이의 미니멀라이프 일기



미니멀라이프에 꽂히면서 책구입도 많이 줄였다. 책은 종이로 봐야 제대로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전자책엔 여전히 관심이 없고, 대신 도서관 열혈 이용자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출한 책을 읽을 때 나만의 습관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은 세상에 너무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며 좋았던 구절을 다시 찾기란 쉽지 않기에, 읽으며 맘에 남는 문장, 인상깊은 묘사들에 꼭 플래그로 표시를 해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시해둔 부분들을 워드로 필사한다. 필사 후 다시 또 플래그를 떼어 반납을 하고 이따금 수집한 문장들을 꺼내어 보곤 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귀찮으면서 귀찮지 않다. 시간이 들고 팔도 아프기도 한데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진 않은 것 같다. 살면서 같은 책을 두번 세번 읽는 일은 몇몇 소수의 책을 제외하고는 아주 드물기에 한번 읽고 헤어질 책들은 숨은 보석같은 문장들이라도 다시 보고싶어서 이런 방식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것 같다. 한번 읽었던 책들은 그렇게 남긴 문장들로만 만나게 된다. 그치만 그것이 그 책과, 그 문장들과 나의 인연이겠거니.. 어차피 모든 문장들을 다 기억할수는 없으니, 이 책에서 만날 문장들은 이 정도겟거니 하고.. 여긴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책순이의 독서라이프는 대략 이런 모습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이내 안사고는 못배길만큼 멋진 책을, 가끔 만난다. 문장 몇개 수집으로는, 어쩔 수 없이 전체 맥락의 단절이 불가피한 문장수집이라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담는 게 안될 정도로 살면서 온전한 전체를 다시 느껴보고픈 그런 책들..  

그때는 미니멀라이프고 뭐고 책장이 미어터지는 것도 뭐고 그냥 바로 사고 있는 나를 본다.

미니멀라이프는 아직 너무 어렵고, 그 중에서도 책이 가장 어렵다.


22.3.28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