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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Jun 26. 2022

내겐 무거운 instagram



한 1년 반 된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은지.

한창 할 때도 그렇게 활발하게 한 것도 아니지만 그 정도하는 것만으로도 나같은 성격의 사람에겐 은근 기빨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게시물을 하나 올리고나면 좋아요 갯수가 신경이 쓰였다. 적을 땐 부끄러웠고 가끔 많으면 뿌듯했다. 팔로잉보다 팔로워가 적은 것도 부끄러웠다. 나를 다 아는 지인들이 그 숫자들을 볼 걸 생각하니 창피했다. 즐겁고 행복해보이는 피드를 보면 이상하게 순간 내 일상이 초라해보였다. 내 피드에는 좋아요를 잘 누르지 않는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는 빠짐없이 눌러주는 걸 보는 것도 싫었다.  

나는 그런 성격이었다.  

'그냥 하지말자. 이게 뭐라고, 그냥 sns일 뿐이잖아. 허상일지도 모르는 이 가상공간에서 뭐하러 이리도 감정소모를 하는건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일상을 기록하는 걸, 짧든 길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쉽게 끊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하트 하나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철렁했다, 그런 날을 반복하다 그냥 한번 앱을 지워봤다. 그리고 편했다. 이거 안하면 인간관계에, 내 세계에 큰일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생활이 더 깔끔해지고 마음이 편안했다.

 잘 사용하면 득도 많은 걸 안다. 오프라인에서도 요즘은 만나기 힘든 '찐'인연을 만날 수도,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누리며 살 수도, 또 잘만하면 돈벌이까지도 할수도 있음을. 나 또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 공간에서 어쩜 저리 늘 말한마디 한마디에 진심 꾹꾹 눌러 담아 따뜻하게 소통하시는 걸까 싶을만큼 귀한 인연만나기도 했었다. 추억하고픈 날들의 일상을 기록하며 소소하게 재미를 느끼기도, 작은 이벤트에 당첨 돼 깜짝선물받는 기분을 느낄 때도, 물론 있었다. 그럼에도 1년 반 전 그때의 나는 이 sns라는 공간에 있어 득'보다 '실'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나는 '득'을 포기하고 '실'을 줄이는 걸 택했다. 언젠가 다시 sns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놓아두고 싶다. 지금은 네모난 창 바깥에서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하다.

가끔은 혼자만 쓰고 보관하는 것말고, 뭐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도 공유하고픈 글이나 일상이 있으면 블로그에 올린다. 블로그는 인스타그램과 확실히 다르다. 이웃이 별로 없고 좋아요 수가 적어도 이상하게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인스타그램만큼 즉각적인 피드백 구조가 아닌 것도, 어딘가 덜 바쁘게 돌아가는 특유의 느낌도 편안하다.  

자극적이고 재밌지만 실은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는 것, 이거 아니면 안 될 것같은 것, 손에서 놓으니 의외로 별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이 '진짜'인지, '본질'인지 내 마음을 바라보게 됐다.  
진짜는 피드밖에, 누가 보지 않아도 나만은 정확히 아는, 내 하루하루 일상의 순간 안에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상 안에서 지내고 싶다.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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