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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Jun 30. 2022

지금, 여기를 사는 법


일상의 꽤 많은 시간을 과거나 미래를 사는 데 쓴다. 그런 나를 '지금, 여기'에 있게 만들어 주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바로 자연과 여행이다.   

자연 안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잠시나마 '생각'이란 것들을 덜 하게 된다. 계절에 맞게 피어난 나무 잎사귀의 예쁜 연둣빛, 인공적인 데 하나없이 투명하게 맑은 하늘, 솜사탕 늘어뜨린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구름까지. 거기에 아무리 지저귀어도 듣기 좋기만한 새소리들. 꼭 멀리가 아니라도 집 근처 산책하러 밖에만 나와도 집 안에 있을 때에 비해 기분이 확실히 달라진다. 자연을 몇배로 흠뻑 느낄 수 있는 여행은 또 말해 뭐할까. 몇번 안되지만 갈 때마다 너무 좋았던 해외여행, 국내 곳곳의 아름다운 산과 들과 바다, 사랑스런 건물과 골목들. 여행은 나를 자주 감탄하게 하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현재, 이곳'에 머무르게 해줬다.  

생각해보면 하루에 잠시나마 자연 속에 있었던 날 그렇지 않은 날의 기분은 꽤 다르다. 어쩌면 한 사람의 기분, 사고와 태도는 얼마나 그 사람이 자연과 풍경을 자주 보고 햇볕을 자주 쬐고 바깥 공기를 쐬었는지와 영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의 가설이 맞는걸까. 스무살 때 무릎을 다친 후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다. 예전엔 활달하고 밝았는데 많이 조용해지고 차분해졌다, 어두워졌다.. 같은 얘기들을. 그냥 나는 원래 내 모습 그대론데, 자꾸만 그런 얘기들이 들려왔다. 밝은 것도 나고 어두운 것도 나겠지만, 또 어떤 이들 말처럼 서서히 조금씩 정말 바뀐 것일지도 또 모르겠다. 무릎을 다치고는 오래 걸을 수 없고, 할 수 있는 활동에도 제약이 아주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나의 활동반경은 아주, 아주 좁아졌다. 어딜가든 가까운 곳이 편했고, 최대한 차도 오래 타지 않는 곳으로 다녔다. 그냥 자연스럽게 집순이가 되어갔다. 제일 좋아하는 취미가 책 읽고 글쓰는 거지만 내가 무릎이 튼튼하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액티비티한 어떤 일들에도 관심이 생겼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주변 지인들 말처럼 내 성격이 어둡고 조용해진 이유는 실은 정말 하늘을, 나무를, 꽃을, 세상을, 또 사람을.. 덜 보게 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연이, 여행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아니까.  

오늘 아가를 등원시키고 곧바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무릎 통증 때문에 고작 10분 내외로 밖에 타지 못하지만 그 10분이 참 좋았다. 늘 보는 풍경이지만 자연은 늘 새롭다. 또 고맙고 언제나 힘을 준다. 인생을 가장 후회없이 사는 법 중 하나는 아마 현재를 사는 것이리라. 세상 이들이 흔하게 외치는 말, 지금 여기에 머무르라는 말, 나는 아직 온전히 체험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찰나이지만 아주 길진 않지만 그걸 느꼈던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자연 속에 있을 때, 낯선 여행지에 있을 때였다. 되도록이면 매일매일, 내 무릎이 허락하는 만큼이라도 햇빛, 푸르름, 따뜻한 바람들 느끼며 나만의 짧은 여행을 떠나려한다. 또 가끔은 내 체력과 여력에 맞게 조금 먼 곳으로도 떠나고 싶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내가 나에게 해야할 임무이자 선물이니까.


2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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