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
루브르 박물관 드농관 2층. 인파에 떠밀리듯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길이 멈춘다. 작은 여인의 초상 앞, 사람들은 일제히 팔을 들어 올려 카메라를 겨눈다. 방탄유리 속에 갇힌 루브르의 록 스타, 모나리자.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인파를 뚫고 한참을 버텨야 한다. 겨우 서너 미터 앞에서 허락되는 짧은 알현. 한 번으로는 부족해 오늘도 세 번째 이 방을 찾았다.
그렇게 서 있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저 두 눈은, 대체 어디를 보고 있을까.
모나리자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리면, 맞은편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캔버스 하나가 시야를 압도한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 백여 명이 넘는 인물들이 펼치는 화려한 향연 한가운데,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손을 모은 모나리자는 마치 이 잔치를 조용히 지켜보는 관객처럼 보인다. 루브르에서 가장 작은 그림과 가장 큰 그림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배치. 그 긴장감이 묘하게 마음을 붙든다. 나 역시 모나리자처럼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거대한 식탁 앞에 선다. 사실 이번 루브르 방문의 목적은 그녀가 아니라, 바로 이 베로네세의 대작이었다.
이 그림은 한때 수도원의 식당에 걸려 있었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날마다 이 장면을 마주하던 시절, 하루에도 수백 명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그 섬을 찾았다고 한다. 나는 잠시 시간을 거슬러, 그림 속 인물들 사이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잔치는 전쟁의 손에 의해 찢겨 나갔다. 나폴레옹은 이 그림을 전리품으로 삼기 위해 캔버스를 두 동강 내 루브르로 옮겼다. 폭 열 미터, 높이 일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면. 복원에 쏟아부은 시간과 비용은 예술이 지닌 무게를 증명한다.
베로네세의 대작이 모나리자의 명성에 가려지기 시작한 데에는 아이러니한 사건이 있었다. 1911년, 모나리자의 도난. 이탈리아인 페루자가 그림을 훔쳐 달아난 지 이 년 만에 되찾게 되면서, 그녀는 세계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은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다.
나는 그 인파의 등 뒤에서, 상대적으로 한산한 베로네세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문다. 이 장면을 바라보다 문득 영국 시인 바이런의 일화가 떠오른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을 논하라’는 시험 문제에 그는 단 한 줄을 적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을 붉혔도다.“
그 문장처럼, 수년간 버킷리스트에만 담아 두었던 이 그림 앞에서 내 마음도 서서히 붉어진다. 모나리자의 시선을 받으며 바라보는 이 잔치에서, 나는 좀처럼 자리를 뜰 수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모나리자의 미소를 향해 등을 돌리고 서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바라보는 이 거대한 축제의 장 속에서 생각한다. 인간의 삶 역시 수많은 사건이 얽힌 하나의 잔치가 아닐까. 삭막한 일상도 예술이라는 주인을 만나면, 물이 포도주로 변하듯 다른 빛을 띨 수 있지 않을까.
루브르의 소란 속에서 베로네세의 캔버스가 건네는 한 잔의 술에, 나의 여행도 천천히 취해간다. 곁에서 큰딸이 내 손을 꼭 잡는다. 오늘이라는 하루, 또 하나의 기적 앞에서 나의 얼굴도 조용히 붉어진다.
“모든 이가 그녀의 미소를 훔칠 때, 나는 그녀가 바라보는 기적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