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인데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는다.
이걸 보고 흔히들 마른장마라고 한다.
날씨가 꾸물거리고 비가 언제 내릴지 몰라서
우산을 챙기려는데,
길게 서있는 큰 우산이 눈에 들어온다.
큰 우산은 들고 다니는데 불편해서
평소에는 사용을 잘 안 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큰 우산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이렇게 큰 우산을 보니 초등학교 때
우산을 챙겨주던 고향 친구가 떠오른다.
여름 장마철에는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친구는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집 앞으로 왔다.
엄마는 집채만한 우산을 친구에게 주었고,
나는 친구가 받쳐주는 커다란 우산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그 친구는 키가 크고, 얼굴도 예뻤고,
언니처럼 나를 챙겨주었다.
친구 하고는 같은 반이 아니었고,
수업이 끝나면 교실 앞으로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친구는
그 파라솔같이 큰 우산을 받쳐 들고
나를 씌어 주었다.
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잘 알지도 못했던
친구였는데, 어떻게 나를 데리러 왔는지는
나중에서야 얘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언니 친구의 동생이었고
나보다 두 살이나 더 많았었다.
어렸을 때 너무 작고 약했던 나는 도저히
그 큰 우산을 들고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때는 접이식 우산이 없었다.)
그걸 본 언니 친구가 동생한테 우산을 같이
쓰고 가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나를 데리고 다녔던 그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갔었다.
그 후로는 연락이 끊겼고 지금까지
소식조차도 모르고 있다.
여름 장마철에 큰 우산을 보면 언니 같은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 친구에게
이제서야 고마움을 전해 본다.
고맙고, 보고 싶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