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댁 생각
일촌댁의 염려와는 다르게 영희는 제법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었다.
부끄러움이 좀 많았지만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한테도 예쁨을 받고 있었다.
그 어린 영희가 학교에서 혹시라도 적응을 잘 못할까 봐 일촌댁은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동네에는 영희를 살뜰히 잘 챙겨주는 언니 같은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집에서는 맏이로 태어난 딸들은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를 몇 해씩 늦게 가는 경우가 많았다.
영희의 친구들 중에도 2년이나 늦게 학교에 입학을 했고, 영희와 같은 학년으로 다니게 된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영희를 동생 돌보듯이 잘 챙겨주었다.
일촌댁은 아무리 일손이 모자라고 바빠도 영희한테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11년 만에 얻은 귀한 영희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애지중지 키웠다.
일촌댁은 홀로 계신 친정엄마를 몇 해 전에 집으로 모시고 왔다.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인 친정엄마는 그렇게 한 식구가 되었다.
일촌댁 남편은 술을 좋아해서 가끔씩 힘들게 했지만,
친정엄마한테도 잘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친정엄마는 허리가 구부정하고 한쪽 눈도 다쳐서 시력을 잃으셨다.
그래도 바쁜 농사철이면 일촌댁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셨다.
일촌댁 남편은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는 핑계로
밤낮으로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냈다.
농사일을 하다가도 술 한잔 마시면 일은 나 몰라라 내팽개쳐놓고 점점 더 술 속으로 빠져들어버렸다.
마을에서는 대부분 품앗이로 농사일을 해나가는데,
허구한 날 술에만 빠져있는 남편 때문에 일촌댁은 똑바로
허리 한번 펼 새도 없이 하루 종일 바쁘게 종종거려야만 했다.
일촌댁 남편은 사람 좋기로 마을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마을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해결해 주는 남편을 보고
마을 어른들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믿고 좋아했다.
농사일도 성실하게 잘하다가도 술을 마시고 나면 바쁜 농사철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량이 되어 버렸다.
'아들 없는 것이 어디 내 탓인가?
당신이 삼대독자라서 손이 귀해서 그런 것도 모르고.'
일촌댁은 아들 타령만 하며 술 속에 빠져있는 남편을 보며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원망의 한숨을 내쉬어 본다.
영희가 요즘 들어서 부쩍 말이 없어졌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느냐고 다그쳐 물어봤지만,
영희는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만 저어댄다.
다음 이야기는 제5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