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다래끼와 며칠 간의 숨바꼭질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이
거울 앞에 섰다.
어제 낮에 만났던 사람이 아니다.
누구지? 어디서 많이 봤는데.
거울 속에서 나를 보고 서 있는 낯선 여자는
한쪽 눈이 빨갛게 부풀어 올라와 있다.
밤사이 누군가 눈두덩에 빨간
색연필로 색칠해 놨나?
요사스럽게 들뜬 눈두덩에 깔려 있는
까만 눈동자는 바깥세상이 궁금해
이리저리 굴려보지만,
보이는 건 반쪽짜리 세상뿐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안과로 향했다.
눈 다래끼, 나의 시야를 반쯤 가려버린
녀석은 뻔뻔스럽게 눈두덩이 안에 숨어 있었다.
숨바꼭질에 걸려버린 그 녀석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에게 붙잡혀
피고름을 품어내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라져 갔다.
눈 다래끼 너는 아무래도 술래잡기에는
형편없는 초보인 것 같다.
아무리 눈두덩을 헤집고 숨어있어도
빨갛게 솟아오른 눈꺼풀은 금세
들통날 수밖에 없었다.
이틀 동안 불편하게 했던 눈 다래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녀석이 떠난 빈자리를 채워 줄
몇 개의 알약이 잘 짜인 시간표처럼
식탁 위에 나란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