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난 봄꽃들
3월의 낮 기온은 거의 초여름을 만난 듯 따뜻하다. 산행을 하고 있는 중에도 배낭을 멘 등줄기에서는 땀이 흥건하게 묻어날 정도로 덥게 느껴진다. 곳곳에 반팔 차림으로 등산하는 사람도 보이고, 날씨 예측을 하지 못해 패딩 점퍼를 입고 온 사람들도 보인다.
다들 때 이른 더위 때문에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고 있다.
어제 봄비가 내렸다.
3월에 내리는 봄비는 아직도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는 땅속 얼음을 녹여준다.
봄비가 그치면 기온도 제법 오르고 두꺼운 겉옷은 벗어 세탁소로 보내야 할 터이다.
이제 옷장정리도 해 나가야 한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감싸 주었던 무거운 옷들과 얇고 산뜻한 봄옷으로 자리교체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람도 자연도 계절이 오는 길목에서는 순한 양이 되어간다. 아무리 억지를 부려봐도 오는 계절을 막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봄에는 가볍고 예쁘게 맞이하면 된다.
봄비를 머금은 신바람 난 꽃들이 여기저기서
활짝 핀 얼굴로 인사하느라 바쁘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수없이 많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봄꽃들도 있지만,
산에서 숨죽여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들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꽃들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산속 덤블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작은 꽃은 아무리 예쁘게 치장해도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 보고 지나간다.
3월의 산에서 만나는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
각자만의 속도로 하나씩 선을 보여 준다.
조금 일찍 피는 꽃에게 사람들은 감탄하며 좋아한다. 마치 자신의 노력의 결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하며 반긴다.
괜찮다. 조금 느리게 천천히 피어도 좋다.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자기만의 속도에 맞게 피어나면 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핀 꽃도 나중에 피어난 꽃도 다 같은 꽃이다.
생강나무 꽃, 제비꽃, 진달래 꽃, 개암나무 꽃 등
예쁜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언 땅이 빨리 녹아서 말랑말랑한 흙이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몇 달 동안 숨죽이며 준비한 화려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꽃들의 속은 다 문드러졌을 것이다.
촉촉한 봄비가 기분 좋게 내리던 날!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번쩍 손들고
앞다투어 꽃망울을 톡 톡 터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