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포기한 존재만이 무대에 선다

봄꽃들의 겨울나기

by 글나라


봄바람이 살랑살랑 옷깃을 들썩이게 한다.

봄나들이 가자고 옆구리 콕 찌르는 친구 따라

못이는 척 쫄래쫄래 뒤쫓아 간다.


차가운 겨울을 등지고 따뜻한 온실 속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 온 봄꽃들이 앞다투어 외출에 나섰다.


제라늄, 팬지, 다알리아, 봄꽃들이 겨울잠을

떨치고 거리로 나왔다. 아직도 졸린 눈을 부릅뜨고

흔들흔들 차가운 꽃샘바람에 몸을 맡겨본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봄꽃을 닮아 환하게 피어났다.


봄꽃들의 화려함 뒤에는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숨겨져 있다.

더 크게,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좀 더 밝은 빛

따라 왔다갔다 바쁘게 움직였을 것이다.



영양분 가득한 흙 속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휘청거리는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있는 봄꽃들의

탄생이 경이롭다. 온실 속 화초들은 마치

전지훈련을 명 받아 움직이는 선수들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 특화된 일과를 소화해 내고 있다.


밝은 조명의 눈부심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실속 공기는 계절을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목마르다고 얘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물이 배달되고, 때로는 먹기싫은 영양분도

거부할 힘이 없다.

빨리 자라서 더 예쁜꽃을 피우는 것이

온실속 화초들의 커다란 숙제다.


온실 밖의 화초들은 겨울에는 대부분 휴면기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물주는 횟수도 줄이고,

영양제 살포도 자제를 해야 되는 시기이다.


화초들도 사람들처럼 잠을 잔다. 사람들은 밤마다

잠을 자지만 회초들은 겨울에 한꺼번에 몰아서

잠을 잔다. 졸립다고 잎을 떨구며 말을 해보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물을 철철 넘치게 주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겨울 휴면기를 즐겨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화초들의 필살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인내하는 모습이 우리의 글 쓰는 모습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서 꽃을 보며 위안을 받게 된다.


겨울잠을 포기하고 이뤄낸 화려한 축제마당

무대에 올라선 봄꽃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얘기해 주고 싶다.


너의 공연은 최고였어!

커튼콜 앵콜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