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친한 사이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인천에 있는 한 안경점에서였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잘 아는 친구와 함께였다.
그녀는 안경점에 들어오자마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안경들을 살펴보고 있다.
안경알이 동그랗고 굵은 검은테 안경을
집어 들고 거울 앞에 한참을 서성인다.
그러다가 진하고 가느다란 갈색톤 안경테를
고르고 또 썼다 벗었다 얼굴에 맞춰 보고 있다.
그러더니 "이걸로 해 주세요." 그녀의 말
한마디에 안경사는 잘 맞는 안경렌즈를
끼워 놓는다.
그렇게 그녀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나는 매일 아침 화장대 위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온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 로션을 바른다.
그러고는 거울 앞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그제야 나를 찾는다.
나는 그녀의 눈과 하나가 되어
따라다녀야 하는 안경이다.
그녀가 잠을 자거나 씻을 때만 빼고 항상
눈 위에 앉아 그녀의 눈동자를 대신한다.
어쩌면 그녀의 남편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 글을 쓴다.
어떤 날은 주제가 정해졌는지 순식간에
500자 넘는 글을 적어 내려간다.
또 어떤 날은 멍청하게 앉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내가 대신해 줄 수 없어서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만 따라다닐 뿐이다.
그녀는 생각대로 글이 잘 써지지 않는지
자꾸만 나를 가운뎃손가락으로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에는 눈곱이
나의 역할을 방해하고 있다.
마치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시야를
가려버렸고,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다는 듯이
나를 벗어 놓고 휴지를 찾는다.
이럴 때는 나도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
한결 맑아진 눈 위에 나를 올려놓고
그녀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더 똘망해진 눈동자를 따라다니기 바쁘다.
그녀의 완성된 글을 나도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