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내복
겨울비는 추위를 몰고 온다.
아들 첫 월급으로 선물 받은 빨간
내복 한 벌을 꺼내야 할 때다.
냉장고 속 김장김치가 서로 부딪치며
익어가는 소리도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응원가처럼 정겹다.
연일 울리는 세일 문자의 유혹에 이끌려
장만한 두꺼운 패딩 점퍼도 겨울비가
뿌려놓은 추위를 막아줄 것이다.
겨울비는 깊은 잠 속에 빠져든 생물들의
생사를 확인해 주고 갈증을 해소해 준다.
강원도 오지 마을의 언 땅을 녹여주고
소리 없이 자라나는 보리싹의 묵은 때를
살며시 씻어주고 달아난다.
어제 오후에 살짝 내린 비를 핑계로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역시, 적게 내렸어도 겨울비답게
추위를 잔뜩 몰고 왔다.
겨울비가 제아무리 큰 추위를 몰고 와도
난 쉽게 떨지 않을 거다.
벌써부터 나를 지켜 줄 든든한 지원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