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연필깎이
오랜만에 연필을 샀다.
문구점에서 연필과 눈이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고 와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자동 연필깎이도 있지만,
손으로 한번 깎아보고 싶어졌다.
마음대로 잘 깎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깎아 주시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초등학교 때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새 책을 받고 새 공책을 준비한다.
새 공책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갈
연필도 필통 가득 넣어 둔다.
아버지는 연필을 흐트러짐 없이 정교하게
깎아 날렵한 연필심을 꺼내 놓으셨다.
그 연필로 한 자 한 자 온 힘을 다해가며
글씨를 써 내려갈 때면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몽당연필이 되면 다 쓴 볼펜 껍데기에
끼워서 한참을 더 쓸 수 있었다.
나는 가끔 연필로 글씨를 쓴다.
어릴 때 정겨움도 글씨 속에 담아 본다.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필 글씨가 정겹다.
우리의 삶도 썼다가 다시 쓸 수 있는
연필로 쓰는 시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써내려온 많은 시간이
연필 한 자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젠가는 짧아진 몽당연필은 볼펜 껍데기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울퉁불퉁 깎은 연필을 보며
아버지의 연필 깎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