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도넛과 코코아

_이제 컸으니까 커피

by 구르뮈


어린 시절 나에겐 짝꿍 음식이 있었다.

"생도넛과 코코아"



내가 자란 시골 섬에는 괜찮은 학원이 없었다. 주산암산학원이 최고였던 아주 작은 섬 마을. 그런 섬 마을에서 엄마는 저액과외를 겨울방학 때마다 해주셨다. 겨울방학에 본가에 들어오는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꽤 했었기 때문이다. 조금 똘똘한 첫째를 위해 저렴한 과외를! 그런 그 조금 똘똘한 첫째는 저렴한 과외보다는 과외를 마치고 엄마를 기다리면서 먹었던 도넛과 코코아가 그리 좋았다.



과외 시간에 뭘 배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어과외였다는 사실만 기억에 있을 뿐. 그러나 그 생도넛과 함께 짝꿍이었던 코코아 맛은 기억에 오래오래 남아있다.



그 생도넛이 요 며칠 내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런데 점심때 회사 꼬맹이들이 빵집에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맛있는 생도넛을 파는 그 빵집을. 결국 신나게 가서 생도넛을 사 먹었다. 그리고 코코아 대신 뜨아를 주문했다. 단거에 단거는 이제 소화에 무리가 있기 때문에.



살살 녹고 달달한 생도넛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행복했다.



수없이 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먹을 때 추억을 소환하면서 행복을 주는 음식은 많지 않다. 그런 음식이 누구에게 하나쯤은 존재하지 않을까?



소소한 행복은 이런 음식을 먹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기도 한다.

뭘 자꾸 나는 행복하지 않아 그러면서 살고 있니? 우울이 밀려올 땐 생도넛에 커피만 마셔도 되는 걸.



비록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리고, 속도 예전 같지 않아서 먹고 난 뒤 더부룩해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그럼 된 거 맞지??? 않나???



_아니, 그런데 같이 간 꼬맹이들이 스물아홉이었는데 엄마들이 죄다 생도넛을 좋아한다고 한다. 음... 그 엄마들의 나이가 몹시 궁금해지는데 묻지 않았다. 그 꼬맹이들과 나와의 나이차가 열여섯이니까... 안 묻는 게 맞겠다. 큰 언니랑 나랑 같이 생도넛을 좋아하는 게 맞는 걸로. 나이 적당히 많은 언니들 입맛_구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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