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늦게 낳은 것이 오히려 좋다.
곗돈을 모으는 고등학교 동창 세 명이 있다.
인관 관계의 폭이 좁은 나는 이들 세 명이 가장 오래된 친구들이다. 막 보고 싶고 생각나고 하는 정이 애틋한 사이는 아니고, 만나면 편하고 힘들 때 연락할 수 있는 정도의 그런 친구들이다. 돈으로 얽혀있어서 그래도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아이들의 안부도 묻고 하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종종 '막둥이는 잘 크고 있지?' 하며 우리 집 둘째의 안부를 물어 봐 준다.
친구들은 적당한 시기에 둘째까지 다 낳았다. 그래서 우리 둘째가 나오기 전까지 막내였던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친구들은 아이들에게 이제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밥만 주고 돈만 주면 되는. 스스로 씻고 먹고 다 챙길 수 있는 아이들. 소위 말해 다 키웠다. 자식일에 다 키웠다 말하는 것이 어디 있겠냐만(친정엄마는 아직도 나를 키우고 계시는데), 손이 덜 간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덜 키운 나도 자유를 누리고는 있다.
일단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이다. 하나를 키우고, 늦게 나은 둘째가 예뻐서 그런지 정말 잘 돌본다. 둘째도 아빠랑 노는 것이 좋은지 둘이 있으면 엄마를 찾지 않는다. 얼마나 편한지. 그래서 혼자 외출이 자유롭다. 친구들이 보자고 해도 '나 둘째가 어려서 안 돼' 이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볼 수 있어? 둘째 때문에 안 되지?'
'아니, 나 되는데'
젊을 때 네다섯 살 꼬맹이를 키우던 친구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답변이다.
'엄마 안 찾아?'
'둘이 잘 노는데. 안 찾아.'
친구들은 꼼짝없는 엄마 딱개비 아이들을 키워야 했다.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 한 명의 친구는 일 때문에 시어머니가 키워줬다. 그래도 아빠가 혼자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해서 모임에 꼭 데리고 나와야 했었다. 그런 육아를 하다가, 나처럼 자유로운 육아를 보니 놀랄 수밖에. 마흔 넘어 기저귀 가는 게 아니라고 했던 친구가 나의 자유로움에 낳길 잘했다 한다.
나는 둘째를 정말 편하게 키웠다. 이건 첫째에 비해서라는 말이지 힘들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육아가 안 힘들 수가 있나. 둘째 돌 때는 '내가 이 아이에게 뭘 해줬지?'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까지 했다. 분명 잠 못 자고 모유, 분유 먹여가면서 그렇게 키웠는데, 순둥순둥한 성격 덕분인지 힘들었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이가 난다고 밤새 울어서 토닥인 기억도 없고, 심하게 아프지도 않았다. 물론 이른둥이로 태어나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기는 했지만. 그 뒤로 무럭무럭 순둥순둥하게 자라준 둘째 덕분에 중년의 육아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정말 오히려 좋았다. 눈코입 하나하나 예쁜 모습 다 단고, 우는 모습, 웃는 모습, 오물오물 씹는 모습은 눈에 담고 있는데도 또 담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아마 연년생으로 키웠거나, 터울이 작은 아이들로 키웠으면 둘 다 내 눈에 이만큼 담아내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일단 키우기에 급급했을 것이므로. 첫째도 충분히 사랑을 주었고, 둘째도 충분히 사랑을 줄 수 있어서, 육아 기간이 길어진 것 이외의 다른 단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육아 기간은 정말 길긴 하다. 내가 예순이 되면, 둘째가 겨우 스물이 되니 말이다.
그래도 첫째도 하나하나 지켜보며 키웠고, 둘째도 그렇게 키우고 있다. 흘러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가장 사랑스러운 시간을, 아이들을 키워낸다고 마음의 여유 없이 지나는 것이 아니라서 더 좋은 것 같다. 터울이 적다고 사랑의 양도 적다는 말은 아니다. 터울 적게 나은 엄마들도 당연히 사랑 듬뿍으로 키우겠지만, 그 보다 아주 조금 더 여유롭게 둘째를 바라보고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이 좀 더 많다는 말이다.
다 키운 친구들의 짧은 육아 기간은 부럽긴 하지만, 나처럼 터울 져서 둘째를 키우는 것이 둘째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 늦둥이 둘째는 고민하지 말고 여력이 된다면 키우는 것이 좋겠다 하겠다. 여력이 되지 않아도 이렇게 낳아서 잘 키워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는 정말 축복이고 행복이다.
금요일 연재.
초보작가의 초보가 아닌 초보육아일기.
아이 둘은 처음이라.
두근두근, 구르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