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셋_우리 집 귀한 분들을 잘 돌보는 것이 나의 역할
Very Important Person : VIP
우리 집은 남편이 아닌 아이들이 나에게 VIP다. 남편은 나와 함께 가는 사람이지 내가 모셔야 될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이들이 내가 모셔할 사람이란 의미는 아니다. 말 그대로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아이들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고, 내가 돌보고 생겨야 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의 스케줄은 내 손에 결정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밤에 잠드는 시간까지. 전적으로 나의 계획에 달려있다. 심지어 올해 중 2에 올라가는 아들은 학원 거부 중으로 내가 학습 관리까지 하지 않으면 이 아이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그래서 거의 매일 이 아이의 문제집을 점검하고 하루 학습 일정을 기록하고 계획한다. 진정 매니저 아닌가?
VIP 매니저의 삶은 녹록지 않다. 옷부터 식사, 수면과 학습 그리고 운동과 건강까지 모두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이다. 뭐 하나 망가지면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한다. 단지 하나, 일반적인 매니저의 위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비위를 맞춰줄 때도 있지만, VIP들이 매니저의 비위를 더 많이 맞춘다는 것이다. 매니저 눈치를 보는 우리 집 VIP들.
우리 집 첫 번째 VIP는 학습 노트에 적힌 내용을 완료하지 못하면 그다음 분량은 더없이 늘어나니 해야 하고. 새벽에 일어나 채점하는 매니저 때문에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분량의 문제집을 다 풀어내야 한다. 계단 오르기라도 하지 않으면, 편의점에 있는 맛있는 삼각김밥을 사 먹을 수 없다. 매니저가 차로 데려다주지 않으면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고, 30분이면 될 시간을 1시간 반이나 길바닥에 버려야 한다. 그렇기에 주말 친구들과 약속 잡기 전에 매니저의 스케줄을 꼭 학인 해야 한다. 매니저의 스케줄에 VIP가 맞추는 꼴이다. 거기다 매니저 지갑의 사정을 고려해서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이런 VIP를 사랑하지 않을 매니저가 어디 있을까.
우리 집 두 번째 VIP는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 매니저 나랑 게임해 줘야지. 매니저 오늘은 책 백권 읽어줘. 매니저 오늘은 김만 먹을 거야. 등등 매니저를 엄청 찾는데 애교와 함께 찾는다. 거기다가 매니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위로까지 해주니, 이런 VIP는 모실 맛이 난다.
이런 행복한 VIP의 매니저를 보았는가.
아이들이 남편과 나에겐 가장 귀한 존재들이다. 물론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도 VIP지만, 실은 부모님보다 아이들을 더 귀하게 키운다. 나도 나의 부모님의 VIP였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 매니저의 삶이 좋다. 눈을 뜨면 오늘은 뭘 해 먹이나, 오늘은 뭘 입혀서 보낼까, 주말엔 아이들에게 뭘 해주면 행복할까. 어떤 인생 스케줄을 짜면 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모든 고민들이 좋다. VIP를 향해 있는 모든 걱정이 좋다.
귀하게 대접받고 자란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서도 귀하게 대접받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VIP 매니저의 삶을 산다.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것으로 내가 낳은 책임을 다 해보고 싶다.
나는 내 인생의 Very Important Person의 진정한 매니저이다.
토요일 연재.
딸, 엄마, 그리고 나로 살아가는 마흔다섯_구르뮈.
삶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