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린 글.
혹시 제가 SNS에 대해서, 알몸의 어린아이들이 꺄하하하 거리며 마구 뛰어다니는 곳 같다고
표현한 것을 기억하는 분 계실까요?
계정만 파두고 가끔씩 글을 올리다가
본격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글도 많이 올리기 시작한 건 이제 딱 한 달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어떤 마스크를 쓰고, 알몸으로 신나게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개구리, 어떤 분은 아프로머리 캐릭터, 어떤 분은 랫서판다 시푸…
저는 그걸 보고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떠올렸습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고통을 거세해 보자.
현생의 나와 이곳의 나는 꽤 다릅니다.
현실에서는 몸이 있고, 그날의 컨디션, 자존심,
하다못해 소화상태까지 내 정신과 반응에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선 몸이 없는 콘셉트는 어떨까?
하는 상상이었지요.
의도적 육체의 거세
초반에는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스레드의 반말 문화에 거스르며, 알몸에 넥타이를 맨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중간 살짝 위기도 있었지만
이 캐릭터는 상당히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을 주었습니다.
어떤 도발에도 잘 흔들리지 않았고,
어떤 자존심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고
대부분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했습니다.
언젠가, 아마도 만우절쯤에 장난을 빙자해서
“여러분, 사실 이 사람은 현실엔 없습니다”를 선언할 생각이었습니다.
현실에는 욕도 잘하고, 인상은 무섭고 아마도 행동도 비슷하고, 귀찮아하고 괴로워하는 그런 비루한 중년의 아재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역전현상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한 달 간이였을 뿐인데..
캐릭터가 제 현실을 덮어쓰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의 유연성과 평온함을 현실에서도
가끔은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묘하게 생각이 더 잘 정리되며,
몸에 좋고 영양이 풍부한 누군가가 되어 가는 게
느껴집니다.
여러분.
만일 제가 경험한 이 현상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자신의 온라인 아바타가 만약 망나니라면?
우리가 ‘아는’ 자아는,
과연 고정된 실체일까요?
저는 여러분이 모두 행복하고 평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물론 현실엔 여전히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육체 속에 갇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