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혹은 그 비슷한 것.

by gulogulo

간혹 일본의 80~90년대 영상 매체들을 보면서, 이유 모를 아련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저는 그런 감정을 꽤 자주 느끼는 편입니다.

그 시절을 직접 겪은 기억이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실제로 본 적 없는 영상에서도 같은 아련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게 묘하게 궁금해져 조금 찾아보니,

그 시절 영상의 약간 바랜 색감과 아날로그 필름 그레인이 인간의 뇌에서 기억을 떠올릴 때와 비슷한 인지 효과를 만든다는 설명이 있더군요.


물론 그것은 당시 매체의 기술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억 자체의 이미지가 약간 바랜 색감과 노이즈를 가진 형태로 저장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세대에게도

그 영상들은 비슷한 종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양입니다.


지금 우리는 4K, 8K의 시대로 들어왔습니다.

요즘의 영상들 중 일부는 어쩌면,

우리의 실제 인지보다 더 선명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마치

아주 선명한 사극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낸 어떤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과도 비슷합니다.


닳고 바래는 세계 속에서 기억을 만들어 온 인간에게, 닳지도 바래지도 않는 기록의 시대는

어쩌면 조금 낯선 세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세계를 기록하기보다,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살아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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