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by gulogulo

나는 개인적인 욕망이 있다.

‘불멸’이라는.

아주 흔하고 보편적인 욕망이지만, 조금쯤은 남들보다 진지하게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장수가 아니라, ‘나’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가 내 사유의 중심이었다.


그러려면 선결되어야 하는 파트가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이미 나는 나에 대한 정의를 내렸고,

그것은 내 sns메인에 고정되어 있다.


“5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충분히 비슷한 사람이라고 ‘이해’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사람이라고 ‘가정’한다.


자아 동일성은 실재라기보다

기능적 공리(axiom)에 가깝다.


나는 실재적 무엇이 아니다.

나는 질문이며, 호기심이다.


나의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은

마치 빈 공간에서 입자의 쌍생성 쌍소멸과

같다. 질문은 끊길 수 없이 생겨나며

계속해서 대답되며 영구히 반복한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상태’이고,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가지 상상을 거쳐왔다.


흔한 상상처럼 온라인에 의식을 옮긴다던가,

몸을 조금씩 로봇으로 대체한다던가.


그러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이론으로 정립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꽤 많은 나의 욕망이, 내가 세운 이론적 세계관에게 박살이 나버렸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세계관에 관한 것은 아니고.. ’나‘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과 ’나‘의 존재를 육체를 넘어 영원히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가이다.


가장 최근까지 좋아했던 이야기는 테세우스의 배처럼 조금씩 뇌를 기계부품으로 바꾸면서 온라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아의 상태로 만드는 아이디어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이거 작동을 하지 않는다.


슬프게도..‘나’라는 것은 내가 갇혀있다고 믿는 이 감옥을 포함한 것이 ’나‘라는걸 깨달았다.


굉장히 당연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게.. 내 입장에선 꼭 그렇진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당연히 내 손가락 발가락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 ’나‘라는걸 본능적으로 인지했지만.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마치 ’나‘란게 ‘이 몸에 탑승하고 있는 무언가’처럼 인지된 상태가 꽤 오래갔다.


그러면 이 ’ 고통의 원인‘인 몸을 벗어날 수 있다

라는 생각이 꽤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한다.


심지어 나는 육체란, 현시점에서 인류가 이용가능한 가장 뛰어난 ’ 뇌 캐리어‘라는 소릴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고민 끝에 도달한 곳에는

’나‘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그 자체가 ’나‘라는 답이 나와버렸다. 우습게도 어릴 때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너무 당연한 것을.. 이제 와서 이론적으로 다시 깨달은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신체의 결손이나.. 기계로의 대체, 혹은 증강 또한.. 일종의 죽음이며, 새로운 존재로의 변화이다.


그리고 도달한 상태가 상기한 저 소개말인 것이다.


내가 경험하는 이 실체로서의 ‘나’는 내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면, 마침내 불멸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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