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그로운 다이아가 등장하면서
다이아 산업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보석 시장의 변화” 정도로 이해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이건 다이아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라는 개념 자체에 생긴 균열에 가깝다.
다이아는 오랫동안,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논리로 팔려 왔다.
이 논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다이아가 사실상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는
이 전제를 아주 쉽게 뒤집는다.
기술을 이용하여 연구실에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이아는 헐값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가치를 지불하고 있나?”
‘물질’이 아니라면
남는 것은 ‘이야기’다.
그래서 업계는 말한다.
“천연 다이아는 ‘진짜’다.”
하지만 이 논리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기껏해야 ‘천연 다이아 애호클럽’ 정도의
취향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질적으로 동일한 것이
더 저렴하게 존재하는 이상
이야기의 설득력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랩그로운 다이아가 천연으로 팔리는 것을 우려한다.
그것은 왜 나쁜가?
표면적으로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보면
그 사기는 이미 존재하는 구조에 기생한 사기다.
다이아에 붙어 있는 이야기 위에
또 다른 거짓 이야기를 얹은 것이다.
말하자면
사기꾼이 사기꾼의 등골을 빼먹는 구조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다이아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는
우리가 오래 믿어왔던 한 가지 생각을 건드린다.
어떤 것에는,
‘모두에게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는 묻는다.
“그게 정말 물질의 속성이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왔던 이야기였을까?”
최근 우리는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고 있다.
AI가 등장하면서
글쓰기
그림
음악
아이디어 생성
같은 것들이
기술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 사회는
갑자기 새로운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이건 인간이 쓴 글입니다.”
“이건 인간이 그린 그림입니다.”
묘하게도 이 말은
다이아 업계의 말과 닮아 있다.
“이건 천연 다이아입니다.”
기술이 등장하면
희소성은 무너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새로운 희소성을 만들어낸다.
이번에는 그것이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여기서
조금 다른 가능성을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인간을 대체를 주도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인간 자신’ 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인간은 결국
AI와 결합하고
AI를 확장된 사고 장치처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능력과 문화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지금 우리가 말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마치 네안데르탈인처럼
역사 속의 구분이 될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사실 다이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너희가 본질이라고 믿던 것들은
정말 본질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가끔
AI를 볼 때마다 이렇게 부른다.
랩그로운 다이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