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의외로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핵멸망 같은 문명 붕괴를 제외하면
결국 두 갈래뿐이다.
지금의 인간 상태를 유지하는 문명과
인간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문명.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 흐름일까?
생각해 보면, 인류의 역사는
이미 계속된 업그레이드의 역사였다.
불을 사용했고,
농업을 시작했고,
문자를 만들었고,
컴퓨터를 만들었다.
인간은 언제나
스스로의 능력을 확장해 왔다.
그렇다면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이 흐름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스트휴먼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먼저 디스토피아를 떠올린다.
부자들이 기술을 독점하고
구인류를 지배하는 세계.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이다.
생각해 보면
이 상상은 꽤 인간적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권력과 독점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지능이 크게 증가한 존재라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까?
지능이 충분히 높다면
폭력과 독점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전략인지
금방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협력이 항상 더 큰 이익을 만든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확산된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시도한다.
초기의 자동차,
비행기,
인터넷도 그랬다.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사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보편화된다.
그래서 포스트휴먼으로의 전환 역시
아마 영향력이 큰 부자들 쪽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소수만 포스트휴먼인 세계는
생각보다 매우 불안정하다.
두려움과 갈등이 계속 생긴다.
반대로
인류 전체가 업그레이드된다면
그 갈등의 이유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포스트휴먼을 이야기할 때
대개 수명이나 신체를 먼저 떠올린다.
늙지 않는 몸,
강화된 육체,
새로운 감각.
하지만 어쩌면
진짜 변화는 거기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핵심은 두 가지다.
지능의 증가와
의식의 네트워크 연결.
이 두 가지가 일어나면
노화 해결이나 신체 교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특히 의식 네트워크가 가능해지면
인간 사회의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 사회는
던바의 수라는 한계 속에서 움직여 왔다.
인간은 약 150명 정도의 관계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
종교,
법 같은
추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협력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의식 네트워크가 가능해진다면
이 한계는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필요할 때 연결되고
필요 없으면 다시 분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은 노드가 되고
문명은 거대한 집단 지능이 된다.
물론 이런 변화는
처음에는 두려움을 부를 것이다.
특히 구인류 쪽에서.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인쇄술,
기계화,
인터넷.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한 쪽이
먼저 공격하거나 저항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 싸움의 결과는
그렇게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지능과 협력 능력이 더 높은 쪽이
결국 더 안정적인 문명을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인류의 미래를 이렇게 상상한다.
구인류와 포스트휴먼이
서로 싸우는 세계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세계.
어쩌면 포스트휴먼은
새로운 종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인간이
마침내 자신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간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