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를 개인의 이름으로 부르는 한, 권력은 언제나 개인의 것이 된다.
이름이 사라질 때 비로소, 국가는 하나의 주체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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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세상을 설명하는 도구이자, 동시에 세상을 구성하는 틀이다.
무엇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의미는 달라진다.
같은 행위를 두고도 ‘테러리스트’와 ‘독립운동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난민’과 ‘탈출민’, ‘가정부’와 ‘가사도우미’— 단어 하나가 인식의 무게를 바꾼다.
우리는 이 단어들을 시대에 맞게 바꿔왔다.
그 과정은 언어의 진보이자, 사회가 스스로를 다시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유독 한 영역에서는 언어의 수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바로 국가의 지도자다.
우리는 대통령이나 총리를 이름으로, 혹은 이름과 직책을 함께 부른다.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순간 권력은 다시 개인의 것으로 환원된다.
사실 지도자가 행사하는 권력은 개인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위임을 통해 잠시 빌려 쓰는 공적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를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국가명으로 부른다면 어떨까.
“오늘 한국이 발언했다.”
“미국이 제안했다.”
“일본이 사과했다.”
이 짧은 문장들 속에서는 개인의 흔적이 지워지고,
남는 것은 국가라는 집합적 의지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발언이 곧 국가의 언어임을 잊지 않게 되고,
국민은 그 행위가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의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지도자의 이름을 지우는 일은 단지 호칭의 변화가 아니다.
권력의 주체를 개인에서 공동체로 되돌리는 언어적 선언이다.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은,
권력의 얼굴이 아니라 국가의 얼굴,
그리고 그 국가를 비추는 우리 모두의 얼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