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인지
투자 책에서 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섹션이 있었다. A 주식은 100%가 올랐고 B 주식은 10%가 결과적으로 올랐는데, 왜 사람들이 A가 아닌 B 주식을 샀을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A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할 때 투자자들은 A가 이미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A를 사지 않았다. 그 후로도 A는 몇백% 가 더 올랐으며, 꾸준히 성장고 발전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챕터였다.
최근 엔비디아를 예시로 들자면, 개인적으로 나는 엔비디아가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었다. 엔비디아는 GPU를 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이는 인공지능(이하 AI)의 학습, 추론에 반드시 필요한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나는 본업이 AI 개발자인데 그 주식을 샀던 당시 이 GPU가 부족해서 학습 일정이 늦춰졌었다. 그래서 소액으로 엔비디아 주식을 샀다.
그 후에 엔비디아는 40%가 넘게 올랐었다. 몇몇 사람들은 엔비디아가 많이 올랐다고, 가지고 있다면 정말 부럽다며 그러나 투자하기엔 이미 늦었다 말했다. 나는 그 시점에 엔비디아를 더 샀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100%가 올랐다.
나는 이게 참 상대적이라고 느꼈다. 주식의 절대적 가치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내 개인적인 잣대로 이 가치를 정했고, 나름의 절대적인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고 느껴서 더 매수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주식들과 줄을 지어놓고 봤을 때 엔비디아는 비싼 게 맞았다.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비싸고 싸진다. 매일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들 한가운데에 있다면 엔비디아를 상대적 가치로 비싸다 판단했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굉장히 몰두하는 편인데, AI 모델을 실험할 땐 실험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고는 한다. 하나에 꽂혀서 그것을 위주로 몰입해 뾰족한 실험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게 지속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모델 한가운데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시점을 잠깐 지니는 연습을 한다. 태풍 한가운데에서 벗어나 관조하는 것이 주식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듯하다.
나 또는 내 생각이 주로 속해있는 군집에서 객관적으로 시각을 갖는 것은 제법 중요하다. 첫째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주식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정말 효과적인가, 오늘의 진짜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등, 많은 생각을 안고 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나름의 관조적인 시선이 생산성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상대적인 시선을 최대한 절대적인 시야로 바꿔버리는 거다.
두 번째로,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한창 투닥투닥하는 토론의 현장에서 열띤 논의를 하다가 잠시 쉬러 논쟁 밖으로 나와보자. 마치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을 보듯 관망해 보자. 내 스트레스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상황이 생각보다 큰 상황이 아님을 인지할 수도 있다. 너무나도 절망적이라면 어디선가 보았던 한 사례처럼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인격을 분리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나를 분리시키는 것은 제법 도움이 된다.
나는 태풍의 눈에 서 있지만 감독이 배우를 촬영하듯이 나를 바라보며 객관화하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편안해진다. 갑자기 일이 많이 들어와서 힘들다? 실제로 내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1인칭으로 관찰하니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 외 자잘하지만 내 24시간 중 한 번씩 머물다 가는 잡생각들을 3인칭으로 바라보면 제법 쳐낼 수 있다.
태풍에 휩싸였다고 좌절하고 비를 맞으며 덜덜 떠는 사람보다는, 태풍이 언제 지나가고 태풍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빠르게 길을 뚫고 언제쯤 햇볕을 볼지 설계하는 연습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