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며
막연히 10년 후의 나는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겠구나 생각하곤 한다. 그 시기가 다가와 흔히 말하는 부자가 되었을 때, 졸부 같은 내면이 아니기를 바라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권력과도 같은데, 돈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의 본질도 바뀌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인 지금부터라도 내가 가지게 될 모든 것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미 나는 부자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마음에서부터 여유가 넘치는 사람으로 미리 다듬어놓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그래서다. 내가 쌓아가는 내면을 혼자서 차곡차곡 꾸준히 쌓아가기 위해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해야 했고, 글 쓰는 행위를 시작하기에 좋은 플랫폼에서 쓴다는 나름의 재미와 보람이 그 동력이 되어줄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내 글들을 다시 바라볼 때, "그래 열심히 본인을 잘 가꾸어왔구나, 이 삶에 어울리는 사람이다."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항상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작은 눈덩이로라도,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가야 나의 형질도 그 시간만큼 천천히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이 생각이 들고 나서 했던 첫 번째 행동은 '기부'였다. 개발자로 취업하자마자 나는 여러 개의 기부 봉사단체를 찾아보며 어느 곳이 잡음이 제일 적고 의미 있게 돈을 쓰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액이지만 달에 한 번씩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생리대 후원에 기부를 하고 있다.
타인을 돕는 행위는 이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좋은 행위인 듯하다.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며, 우주 속 티끌 같은 존재인 내가 티끌의 티끌이라도 세상에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다.
기부는 돈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말은 그다지 존중하고 싶지 않다. 10년 후 부자가 되고 나서 덜컥 큰돈을 후원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부터, 맛있는 거 하나 안 사 먹고 남을 위해 베푸는 과정은 '지금'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절실히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기부처를 하나 더 늘렸다. 포인핸드라고, 유기동물을 구조 보호하고 입양을 보내는 플랫폼이다. 최근 카카오톡 끝에 있는 더보기 탭의 가치기부에 '매달기부'라는 코너가 생겼는데 정기적으로 카카오페이를 연동해서 기부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곳에 입점해 있는 곳들 중 원래부터 관심 있던 포인핸드가 보여 기쁘게 기부를 시작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화 시대에 굳이 내 이름을 남기고 싶진 않다. 다만 내가 악한일을 하지 않고 누군가를 도우며 나름의 선한 영향력을 남기다 가면 좋겠다. 지구에 긍정과 부정의 합이 0이라고 한다면 부정의 에너지로 부를 축적하고 싶지 않다. 부정 에너지를 남기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는 연습을 해본 이야기 하나를 이로써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