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북이와 달팽이 Nov 24. 2019

#2. 서로 다른 육아 철학과 갈등

갈등 이면에 존재하는 감정 찾아나가기

아이는 밤이 늦어도 놀이터에서 끝까지 놀고 싶어 한다. 친구들이 다 들어가면 그제야 아쉬워하며 자리를 뜬다. 아빠도 아이들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원한다면 원 없이 놀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건강을 생각해서 적어도 9시쯤에는 재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늦게까지 놀다 보면 저녁 먹고 샤워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결국 아이도 엄마도 힘들어지고 짜증을 내게 된다. 그래서 늦어도 8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길 원한다.


엄마 아빠 모두 맞는 말이다.  

누가 그랬다. 훌륭한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의 관심과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라고.  

아빠의 관심이 오히려 자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인가?

부부가 서로 다른 육아 철학을 가졌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

아빠가 정원이의 건강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도, 엄마는 정원이의 불만족을 전혀 모르는 게 아닌데 부부는 왜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걸까?

한참 갈등이 있을 때 적었던 밴드의 일부이다.



달팽이 : 여보,,, 두 가지 방법의 장단점이 비등비등하다면 한쪽이 굽히거나, 혹은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면 되는데, 왜 우리는 갈등 상황을 조정해주는 판사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거죠? 여보는 왜 스콜라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거북이 : 맞아요,, 평소에 우리는 서로 의견 존중하면서 절충안을 잘 찾아왔잖아요.  이번 일도 평소라면 잘 해결했을 텐데,, 우리의 살아온 방식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난 어릴 때부터 엄한 어머니의 훈육과 똑똑한 누나의 과외 속에서 늘 누군가의 도움에 노출되었어요. 나는 잘 모르니 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를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에 익숙한 거 같아요. 그런 태도는 지금도 이어지는 것 같고...

반면 여보는 맏이로서 늘 스스로 공부해서 성취하는 게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왔죠. 대화가 적은 집안 분위기에서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고 조언을 구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달팽이 : 나도 평소 같으면 여보 의견에 잘 따르는데, 그 부분은 왜 의견을 굽히지 않는 걸까요? 이것도 내면 아이와 연관이 있는 걸까요??

거북이 : 여보의 내면 아이와는 다른 이야기 같아요. 그냥 살아온 환경의 차이?  여보의 내면 아이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아이인지 찾아서 달래주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 아이가 내면 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번 찾아봐요.

달팽이 :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가요,, 일기장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거든요. 생각을 정리하게 해 주고, 나 스스로 답을 찾게 해 주고...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면 반론이나, 내 행동에 대한 잘잘못에 대한 의견이 돌아오는데 일기장은 다르잖아요.

어른도 감정코칭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에게는 일기장이 감정코칭을 해주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고민이 있으면 일기를 쓰나 봐요ㅎㅎ  부부간에도 감정코칭이 필요한 듯해요 ^^

거북이 :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감정코칭이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서로 다른 육아관을 갖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정원이는 달라진 부모를 금세 눈치채고 그것을 이용하려 들었던 것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때론 강하게 할 필요도 있었는데 말이죠.


어제는 내가 화가 났던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보니까 이래요.  

요즘 들어 내가 육아에 있어서 여보의 눈치를 많이 보거든요. 아빠로서 결정해서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작아진다는 느낌이랄까,, 조금 과장하면 그냥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필요해서 옆에 있으면서 엄마가 원하는 모습대로 움직여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라면 좀 이해가 되려나요.  과장하면요.
그런 상황에서 육아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과거에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이 반성은 더욱 육아에 있어서 내 목소리를 작게 만들고,,
근데 최근 들어 여보가 육아에 대해 점점 확신이 생기면서 나의 육아 철학(?)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는 거 같고 그래서 더욱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 부정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어요.  

어제 나에게 "그러니까 애들이 저렇잖아요" 라며 인상을 찌푸렸을 때, 나 자신을 더욱 위축하게 만들고 내 존재감이 없다는 생각이 갑자기 증폭되어서 화가 났었어요. 내가 잘못한 거 알긴 아는데 그렇다고 무시(?) 당하는 느낌은 또 싫어서.

근데,, 그 이후에 애들 재우고 내가 여보를 코너로 몬 건 참 잘못한 거 같아요. 여보가 나의 차분하면서 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참 많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또 그렇게 했구나. 하면서 반성했어요.  아직 내면 아이가 덜 컸나 봐요~ 미안해요 여보~~

달팽이 : 아이에 대해 결정하는 게 대부분 나를 중심으로 되어간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건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내가 육아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한 거는요... 여보가 저축이랑 집 짓기에 한참 열성적으로 공부할 때였어요. 여보가 나에게 저축에 관해, 집 짓기에 관해 알려주는 것처럼... 나도 육아를 파고 들어서 여보와 공유하고 싶었어요.
거기에는 여보가 잘못하고 있다는 비난이나 무시는 전혀 없고, 그냥 나도 우리 가정에 기여한다는 느낌?

우리가 발전적인 대화를 많이 하니깐 더 좋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내가 너무 파고들었나 봐요. 상대가 위축될 만큼...


놀이터에 나가면 내가 인상을 막 쓰면서 늦게까지 남아있던 것은 잘못한 일인 것 같아요.
의견이 다른 부분도 한 가지 방향으로 정하면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제... 자전거 타러 가는 거 못하게 하고 내가 설득하는데, 여보가 안 도와주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ㅠㅠ  

화는 못 내겠고, 이렇게 하자 했으니 끝까지 책임은 져야겠고...ㅎㅎ

거북이 : 여보도 어제 많이 힘들고 짜증 났을 거 같아요. 내가 좀 애처럼 군거 같아요.

그냥 "정원아~ 우리 자전거는 다음에 타자" 하고 설득했으면 되었을 것을. 밖에 누워만 있고...  미안해요.

우리 집이 대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가는 거 알아요. 여보가 잘 맞춰주니까 가능하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다음부터는 우리 이렇게 서로의 감정을 충실히 이야기하고 소통해서 잘 맞춰갑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늘 부족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