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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와 달팽이 Nov 24. 2019

#3. 엄마는 내 거...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아이들

어린이집 수첩에 담긴 아이의 하루...

하원 하는 길에 지후가 울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누나가 안아주다 넘어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듣더니 정원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집에서 엄마가 정원이를 많이 안아주면 좋겠다면서, 엄마가 지후만 보살펴서 속상하다고...

이 둘을 함께 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은 첫째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모든 걸 첫째 중심으로 더 많은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왜 첫째는 항상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동생이 넘어졌다고 하니 혼날 것 같아서 거짓으로 한 말일지는 모르지만...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정원이의 결핍을 부정하기 어렵다.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부모라면 늘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다.



달팽이 : 오늘 퇴근하고 지후의 육아수첩을 보면서 뭔가 꽝... 하고 머리를 치는 것 같았어요.

대체 뭘까... 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죠. 엄마의 태도가 문제인가...

밥 먹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정원이를 더 많이 바라보고 책 읽으면서도 정원이 한번 더 안아주고 그냥 정원이 꼭 안고 가만히 있기도 하고...

그러니깐 이젠 지후가 덤벼들고 장난 아니었어요 ㅋㅋ

그렇게 정원이랑 딩굴딩굴거렸어요 ^^

책도 실컷 읽고 한참을 깔깔 웃다가... 이러면 누구 하나 다칠 것 같아서 이젠 불 끄고 누웠죠...

마사지도 해주고 음악도 들으면서... 정원이가 "너무 웃어서 목이 마르다"며 물도 꿀꺽꿀꺽 마시고요~

엄마 품에 안겨서 자면서도 계속 목을 가다듬더니 "오늘 너무 신나게 놀고 웃었더니 잠도 스르르 온다"라고 하네요 ^^

그렇게 잠든 정원이를 보니... 내가 진심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살짝 와 닿기도 하네요 ^^

거북이 : 정말 많이 노력했네요. 잘했어요. 아이는 저절로 큰다? 나는 동의할 수 없네요.  

특히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저절로 큰다는 말은 온갖 상처를 자식에게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요즘도 그런 걸 느껴요.  늘 그렇듯이 저녁을 먹으면 다시 학교로 가서 공부하러 가려고 고모에게 아이를 맡겼잖아요. 아이들도 고모를 잘 따랐고 좋아했고 프로그램을 잘 짜서 노는 것을 보면 안심이 되고 오히려 부모보다 잘한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죠.  

근데 점점 그 생활에 적응하자 부모의 역할을 잊어갔던 것도 사실이에요.  굳이 나갈 필요가 없어도 일부러 나가서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 적도 있었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 자체는 좋지만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시간은 분명 힘이 드니까... 그러면서도 아이가 고모와 잘 노니까 하면서 나를 합리화시키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돼요.

 
달팽이 : 동의해요. 한날은 유난히 정원이가 보채고 지후에게 시기와 질투를 보낸 날이 있었어요.  어김없이 훈육을 하고 있는데 정원이는 또 지후가 밉고 지후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난 또 반복했죠. 정원이의 그런 마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마음을 착하게 가져야 한다고…  가족은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7살 아이에게 얼마나 와 닿을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정원이는 힘든지 끝까지 말대꾸를 하더라고요. 나도 점점 화가 났지만 그래도 끝까지 참았어요.

한 시간 동안의 대화를 나누며 정원이를 끝까지 설득했어요. 정원이가 진짜 원하는 것이 엄마와 아빠와 함께 정원이 혼자만 노는 것, 사랑받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그걸 얻기 위해서 울거나 나쁜 짓을 하는 건 옳지 못하고 오히려 혼나기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차라리 지후를 받아주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 아빠에게 솔직하게 힘든 마음을 표현하고 자기도 10분만이라도 혼자 놀고 싶다고 말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고, 드디어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이런 느낌인 거 같았어요.  

대전으로 온 지 6개월 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부모로서의 성취감이라고 할까?  이런 것이 부모의 역할은 아닌지 생각해봤어요.  

오늘도 집을 나서는 길에 정원이가 놀아달라고 청해서 5분간 신나게 놀았는데, 금세 표정이 온화해지고 좋아졌어요. 다시 나가려 하니 지후가 자기랑도 놀아달라고 해서 다시 5분간 놀아주었죠. 참 힘들고 지친 10분이었지만 나가는 문 앞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배꼽인사에 스르르 녹더라고요.  

집을 나오며 생각했어요.  

분명 아이들은 또 싸우겠지..

하지만 적어도 아이와 소통하려고 노력했고 일정 부분 채웠다는 느낌.

오늘도 이렇게 아이가 변해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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