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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와 달팽이 Nov 24. 2019

#4. 아이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자세

갖고 싶은 욕구, 혼날 것 같은 두려움, 더 사랑(주목) 받고 싶은 마음

며칠 전 지후가 뽑기를 해서 말랑말랑한 빨간 인형을 뽑았고 정원이는 너무도 갖고 싶어 한다.  

그 후, 하원 하는 길에 뽑기를 하는데 정원이는 자기가 원하는 동생의  "말랑말랑한 빨간 인형"을 뽑는 것에 실패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원이가 하는 말.
"아빠~ 근데 나 지후 거랑 똑같은 거 나한테도 있다~ 아림 이가 나한테 줬어. 근데 너무 똑같아서 지후가 보면 "어? 이거 내 거야!" 할 정도로 똑같아서...

 지후한텐 보여줄 수 없어!"  

아!!  정원이의 거짓말이 점점 영리해지는구나. 이걸 어쩌지. 혼내야 하나.

집에 오자 정원이는 나를 자기 서랍으로 데리고 가더니 서랍 안쪽에 꼭꼭 숨겨뒀던 말랑말랑이를 보여주곤 지후 몰래 가지고 논다.


거북이 : 정원이의 거짓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선은 한번 더 받아주기로 했어요.

"우와. 진짜 지후 거랑 똑같네. 잘 가지고 놀아~

참. 근데 정원아~ 아빠는 정원이 정말 정말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솔직히 다 말해도 되는 거야. 아빤 늘 정원이 편이니까~"  


잠시 후 정원이가 설거지하는 아빠한테 다가와하는 귓속말...  

"아빠~ 사실은 이거 지후 꺼야. 내가 갖고 싶어 가지고 거짓말했어~"
솔직하게 말한 정원이가 너무 기특해서 "그랬구나.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제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보고 또 알려줘~ 그전까지는 지후 안 보이게 좀 가지고 있어. 아빠 모른 척할게. "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잠자리 들기 전,, 정원이가 또 먼저 말을 꺼내더라고요...  "아빠~ 생각해봤는데,,, 이거 내일 지후한테 돌려줄래^^"
어떤 면에서는 정원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숨기는 것이 나쁘다는 것으로 죄책감을 준 것 같았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한 그 순간에 아이를 혼내기보다 한번 더 기다려준 부분은 잘한 거 같아요.  나 잘했죠? ㅋㅋ

달팽이 : 네, 잘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우리가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정원이가 숨기는 거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거든요..  

지후가 어린이집에 총을 가져가고 싶다고 하는데 총이 없어서 한참을 찾다가 포기했거든요.

정원인 모른다고 하고, 결국 아침 먹은 뒤에 다시 찾아보자고 했죠.


그리고 정원이와 이야기를 했어요. 친구의 악어 연필깎이를 몰래 가져온 별이의 이야기책을 정원이가 두 번 읽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라고 알려주고 이야기를 시작했죠. 가져가거나 숨기는 건 나쁜 행동이라고..

다 이야기를 하니깐 정원이가 말랑말랑한 빨간 인형을 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정원아 더 갖고 있는 게 있으면 돌려줘~~” 했더니 이젠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총을 찾는데, 정원이는 자기가 찾아주겠대요~

그래서 안방에서 같이 찾아보자고 했더니 망설이는 거예요... 그리고는 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자꾸 방에 들어오는 지후에게 누나와 둘이만 이야기할 거니까 나가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 정원이와 둘이 이야기했어요.


처음으로 정원이가 이렇게 길고 불편한 이야기를 피하지 않았어요... 아마도 그동안은 동생 앞에서 부끄러웠나 봐요...
그리고 숨기는 마음은... 어린이집에 못 가져 가게 하려는 거고...

그 마음은 어린이집에서 지후가 주목받는 게 싫은 마음이고...

그건 결국 지후랑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스트레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북이 : 정원이의 단순한 행동에도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달팽이 : 정원이는 자기가 혼날까 봐 처음에 안 숨겼다고 했대요...

그래서 작은 거짓말이 점점 커지는 걸 가르쳐주고, 그렇게 커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려주었어요.

방을 나와서 지후에게 말랑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지후는 “그거 누나 줄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후의 마음을 칭찬해줬어요~

거북이 : 잘했네요. 그래서 어린이집에 총을 가져가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되었나요?

달팽이 :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총 가져갈 거라고 떼쓰는 지후에게 누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어요.

“지후가 어떻게 누나 마음을 안아줄까???” 했더니...

총을 어린이집 입구에서 엄마에게 주겠대요~

그러니까 정원이는 대만족. 엄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마워~” 하데요 ㅋㅋ

결국 신발 신으면서는 어찌 된 일인지 또 총을 못 찾아서 안 가져가긴 했는데요~

둘이 기분 좋게 어린이집 갔어요^^

거북이 : 이게... 정원이의 거짓말을 받아줘야 하나... 아니면 거짓말은 안되는 걸 가르쳐줘야 하나... 계속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본질은 정원이에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 마음까지도 엄마에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고 그 부분까지도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어쨌든 아이의 거짓말에 참 잘 대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정을 꺼내서 얘기를 하는 것까지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될 텐데... 고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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