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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와 달팽이 Nov 24. 2019

#5. 합리적 소비와 아이의 자존감

엄마의 별명은 “나중에”

정원이와 지후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지금”, “오늘”이다.

그리고 엄마의 별명은 “나중에”이다.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아이가 쉽게 말하는 별명에도 큰 뜻이 있다.


어느 날, 아이가 마트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들고 한참을 서 있는다.

진심으로 사고 싶지만 왠지 엄마가 안된다고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아이는 마트에서 본 장난감을 당장 갖고 싶지만, 엄마는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준다고 한다.

아이에게 마트에서 사는 것과 인터넷에서 사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지만, 아이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그저 마트에서 당장 장난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 불만일 뿐...

나름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했다. 많게는 만원 이상 차이 나는데 당장 갖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는 것도 배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는 언제나 갖고 싶은 것을 당장 얻을 수 없다는 결핍을 주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달팽이 : 어제 또 많은 것을 느꼈어요. 나의 내면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과, 내가 자라온 배경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원이가 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죠.

그런데 정작 나는 내가 자라왔던 것처럼 정원이를 대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요..

거북이 : 무슨 일인지 더 이야기해줘요.

달팽이 : 난 맏이로 자라오면서 언제나 감정표현을 억누르며 살아왔거든요. 나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결정을 내려왔으니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죠.

합리적 소비라는 명목으로 원하는 것을 늘 제때 얻지 못했죠. 당장 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다 보니, 이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고 커버렸죠...

거북이 : 마트에서의 일로 여보를 돌아보게 된 거 같네요.

달팽이 :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마트에서 아이가 조르면 순간적으로 가격을 비교해보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더 싼 곳에서 사주겠다고 약속하며 아이의 욕구를 억눌렀던 나의 행동들이 정원이의 자존감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거 같아요.

이런 것도 내 속의 내면 아이가 영향을 미친것이겠죠. 돈에 대한 강박이 있던 나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면 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죠.

거북이 : 아이는 부모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새삼 와 닿네요.

우리가 자라온 방식으로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게 돼요.

그리고 무엇이 합리적 소비인지 그 순간에 잘 판단하는 것도 육아의 중요한 부분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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