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짜 발리에서 생긴 일

바이크 렌탈은 선택이 아닌 필수

by 김시월

나의 여행일정은 꽉찬 2주였기 때문에 주로 길게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후기를 참고했다. 발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후기도 보고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참고할만한 최신글이 없었다. 일주일 이상 여행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오토바이 운전이 필수라고 했다. 나에게 오토바이란 '배달을 시켰을 때 타고 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때문에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발리에 도착한 뒤, '고젝'이라는 어플로 부른 택시를 타니 에어컨도 빵빵하고 조용하고, 그리고 값이 확실히 저렴해서 오토바이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다가 하루, 이틀.. 우붓에서는 고젝이 잘 안 잡힌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더위 속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직접 걸었고, 걷다가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에 탄 적도 있다. '고젝' 말고도 '그랩'이라는 어플이 있는데, 금액이 고젝의 두 배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음 동네로 이동하면 꼭 오토바이를 빌려야겠다고.




KakaoTalk_20230118_002719779_02.jpg

안녕, 나의 스쿠피!!


스미냑으로 이동 후, 숙소에 '바이크 렌탈' 안내가 있길래 바로 빌린다고 했다. 대신! 오토바이는 무서우니 스쿠터로 달라고 했고, 마침 남아있는 게 이 친구였다. 지금 다시 보니까 혼다에서 나온 스쿠터였군. 숙소 직원이 간단한 작동 방법을 알려줬고, 드디어 이동수단이 생겼다는 기쁜 마음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납할 때 사진과 같이 기름을 반납하라는 마지막 안내와 함께 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택시에 타서 바깥풍경만 구경하던 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게 우리나라와 주행방향이 다른 줄 몰랐지... 발리의 도로는 우리나라와 반대다. 그래서 일본차가 그렇게 많았구나? 일본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니까. 오토바이는 혼다, 차는 토요타. 일본이 점령한 곳이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신호가 없다. 횡단보도도 없다. 그래서 길 건너에서 사람이 지나가고 싶으면 좌우 살폈다가 건널만한 타이밍에 손으로 대충 멈춰달라는 표시를 하고 길을 건넌다. 이렇게 위험한 곳이었다니!? 게다가 발리의 운전자들은 좀 거칠다. 자동차는 안 그러는데, 오토바이가 심하다. 절대 안 비켜주고, 안 기다려주고, 한 차선에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서로 끼어들겠다고 달려든다. 그래. 달려든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와 거의 닿기 직전까지 붙은 오토바이도 있었다.


그런 오토바이 운전자들에 한 가지 더 큰 시련을 주자면, 도로가 좁다. 정말 좁다.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은 곳이라 그런가? 그리고 길을 가다보면 중앙선이랍시고 실선을 그어놓은 길에서는 서로 선을 물면서 달린다. 어떻게 저렇게 운전하면서 사고가 한 번도 안 나지? 여러모로 신기한 곳이었다.


KakaoTalk_20230118_002719779_06.jpg
KakaoTalk_20230118_002803363.jpg

발리의 주차장은 체계가 없어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체계가 있다. 사진 속 귀여운 오토바이 주차장처럼. 주차선이 있는 곳이 많진 않다. 보통 위에 사진처럼 그냥 일렬로 쭉 세워놓는다. 생각보다 안전한 건지 헬멧을 다들 오토바이에 걸어놓고 간다. 나도 초반에 하루 이틀은 누가 가져갈까봐 들고 다녔는데, 다들 걸어놓고 가는 걸 보고 안심했다.




그렇다면 주차비는 공짜냐? 그렇지 않다. 공짜인 곳도 있긴 했지만, 스타벅스 주차장이나 비치 주변에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주차비를 받는다. 근데 주차비를.. 좀 뺏어가듯이 받아간다. 오토바이를 주차해놓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길거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대뜸 다가와서 "1000 루피아." 이런다. 앞뒤 설명없이 딱 저렇게만 말한다. "What?" 했더니 돈을 내란다. 오토바이를 가리키면서.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그러셨어요, 아저씨. 이게 내가 말한 나름대로의 체계다.


비치 근처로 가면 더 심하다. 특히 스미냑 비치에 갔을 때는 서로 자기한테 돈을 달라고 해서 놀랐다. 아마 사람마다 구역이 정해져있었던 것 같은데, 오토바이가 많이 세워져있는 곳에 댔더니 2000 루피아를 달라고 했다. 주려고 했더니 옆에서 자기한테 달래. 가운데 있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싶었다. 큰 돈도 아니고, 200원이다. 얼른 주고 끝내고 싶은데 둘 다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 결국 한 아저씨가 포기하고 갔는데, 설마 그 아저씨한테 줬어야 하면 어쩌지? (어쩌긴 어째, 이미 지나간 일)




여행 중,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르니까 신기하고, 또 놀라운 모습을 많이 봤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게 많아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잘못봤겠거니, 했는데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도로에 신호가 없는 걸 보고 놀란 가슴, 어린이가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에 더 놀랐다. 그리고 운전을 잘해서 세 번 놀랐다. 내가 운전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 몇 초 정도 스쿠피를 몰아봤는데, 진짜 너무 무서워서 바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차를 몰 수 있다고 오토바이까지 몰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 스쿠터를 몰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스쿠터를 얕잡아 본 거지.


어찌됐든 발리에서 조금 긴 여행을 하게 된다면, 오토바이 혹은 스쿠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물론!! 몰아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혹은 연수를 받고 간 사람들에게 필수다. 제발 첫 운전이 발리가 아니길 바란다. 어느 블로거는 사고 장면을 여행기간 내내 봤다고 했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사고가 한 번도 없긴 했지만, 이건 모두에게 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고날 확률 99%. 발리 운전자들이 거칠긴 해도 양보를 아예 안 하거나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큰 사고까진 아니어도... 아이들이 타는 경우가 있긴 해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