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해리포터, 존 윅

'존 윅 4' 리뷰

by 핵보컬

기자 출신의 소설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한 때 방대한 판매량과 인기로 '어른들의 해리포터'라는 별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수치 상의 기록 정도를 제외하면 다소 사회비판적/현실적인 요소가 주로 깔려있는 해당 시리즈와 판타지 계열의 해리포터 시리즈 사이에 공통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2020년대인 지금 와서 보면 진정한 어른들의 해리포터는 존 윅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한다.


존 윅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축은 묘기에 가까운 스턴트와 그것을 하나의 끝내주는 액션 씬으로 만들어주는 choreography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시리즈를 다른 평범한 액션 프랜차이즈와 차별화시켜 주는 요소는 그 내부에 깔려있는 매력적이고 판타지적인 세계관이다. 평범한 세계에서 음지 속에 킬러들이 난무하고 있고, 그들을 보조해 주는 전 세계에 지점을 보유한 컨티넨탈 호텔이 존재한다. 그 안에 있는 방탄 수트 테일러들과 건 소믈리에, 모든 것을 관장하는 하이 테이블과 장로들 등 외형으로는 서양의 액션 프랜차이즈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것은 동양 무협지나 판타지를 연상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마치 해리포터가 마법지팡이를 사고 로브를 갖춰입듯이 존 윅은 총을 고르고 방탄수트를 주문해서 착용한다.

이젠 더 이상 평범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다소 산으로 가는 이야기 흐름과 살짝 무너질 뻔했던 존 윅의 캐릭터성, 얄팍한 오리엔탈리즘과 불만족스러운 엔딩으로 3편에서 잠깐 시리즈가 주춤한 적도 있었으나, 이번 4편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잘 수습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인 액션 씬들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보여주며 일단 존 윅 시리즈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일본의 버블 시대에 성공을 거두었던 폭력적인 아니메 작품을 보는 것 같은 희열도 주며,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들에 제대로 된 혼을 불어넣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이것이 진정한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이 아닐까...?

일반 관객 중에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 씬과 긴 러닝타임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대단하긴 하지만 재미는 잘 모르겠다는 평도 있으나 '죽은 강아지 때문에 열받은 킬러의 복수'로 시작해서 '살육의 세계일주'로 스케일을 키우며 이 정도로 4부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액션 시리즈가 이전에 없었기에 장르 팬이라면 높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계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멸망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를 구원하는 히어로인 '네오'가 아니라 강아지의 복수와 스포츠카 회수를 위해 씩씩거리며 뛰어다니는 살인청부업자 '존윅'이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커리어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같은 또래에서는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스턴트를 보여주고 있기에("와, 톰 크루즈 미쳤구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으나, 본인이 돋보이기보다 스턴트맨의 공로를 전면으로 치켜세우면서도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스스로 과반수 이상의 액션씬을 모두 소화하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개선문에서 펼쳐지는 혼돈과 카오스(+개판)의 액션씬과 무한으로 리스폰되는 듯한 적들과의 싸움이 반복되는 계단씬을 보면 '이건 대체 어떻게 찍은 거지?'라는 생각에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된다("와, 키아누 리브스랑 제작진이 모두 미쳤구나!!).

파리에서의 액션 씬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CG 기술 및 여러 가지 진보로 인해 지금의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미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프랜차이즈이긴 하지만 존 윅 시리즈는 단순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내러티브, 잘 짜인 장면의 흐름, 매력적인 캐릭터와 탄탄한 세계관 등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야말로 오히려 이 시대에 묵직한 한 방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 사례가 되었다고 느낀다. OTT와의 무리한 연계 시도, 과도하면서도 피상적이기만 한 계몽 정신, 얄팍하게 계산된 성공 전략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 현재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들은 지금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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