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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Dec 20. 2019

파리의 심판

샤토 몬텔레나와 나파밸리의 와인

"음~ 드디어 프랑스에 온 것 같군."


1976년 5월 24일.

세계의 포도주 업계를 뒤 흔드는 기념비 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작은 사건이었지만 소문은 천천히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서 결국 국제 포도주의 판도를 바꾸게 된다.


2008년 이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름은 "와인 미라클." 원제는 "Bottle Shock"으로 bottle shock 이란 포도주병이 오랜 여행으로 인해 흔들린 다음에 병을 개봉해서 맛을 보면 포도주의 맛이 밍밍하고 향이 다 죽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쪽,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의 근처에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포도주 애호가로서는 꼭 한번 들려야 하는 포도주의 메카이다. 


46,000 에이커의 나파밸리 포도밭은 128번 도로를 통해 30마일을 이어진다. 프랑스 사람이 보기엔 엄청나게 큰 포도밭이지만 캘리포니아 포도주 생산량 중 4%밖에 안 된다. 나파밸리의 부동산 가격은 매우 비싸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파밸리 포도주의 품질 유지와 관광 사업을 위한 이미지 유지 때문에 이곳에서 땅을 사려면 아주 까다로운 수십 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은 날이 갈수록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막상 구매를 결정한다고 해도 구매가 완료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도맨 샹동, 로버트 몬다비, 스털링, 베링어, 찰스 크루그 등 기라성 같은 와이너리들을 비롯해 약 400여 개의 포도주 생산자들이 나파밸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당연히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나파밸리 포도주 생산량의 51%를 차지한다. 그 외에 샤도네이, 메를로,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 진판델 등이 생산되는데 나파밸리는 특히 샤도네이와 진판델이 유명하다. 


세계적인 와이너리들을 다 지나고 제일 구석으로 가면 샤토 몬텔레나가 담쟁이덩굴에 싸여있다. 1888년에 지어진 이 맨션은 유럽에서 직접 돌을 가지고 오고, 프랑스의 석공을 불러와서 완성했다. 1958년 원래 소유주였던 터브스가 죽자 포도주 생산은 멈추고 맨션은 홍콩에서 온 프랭크에게 팔렸다. 프랭크는 호수를 만들고 중국식으로 지어진 정자와 감나무를 심어서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주인은 바뀌고 바뀌어서 1972년 다시 포도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도주는 생산지에 따라 구세계 포도주와 신세계 포도주로 나뉜다. 구세계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등 전통적으로 포도주를 생산해 내던 유럽의 국가들을 말하고, 신세계란 미국, 호주, 칠레,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비교적 포도밭을 새로 만들어낸 국가들을 의미한다. 당시 구세계의 포도주가 신세계의 포도주보다 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어서 신세계의 포도주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선입견을 깬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1976 파리 포도주 테이스팅 소위 "파리의 심판"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최고의 백포도주 샤도네이끼리 겨루고 와인의 왕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과 캘리포니아의 카버네 소비뇽이 서로 겨루었다.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의 포도주가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을 했다. 그러나 심판이 샤토 몬텔레나의 1973년 산 샤도네이를 마셨을 때 "음~ 드디어 프랑스에 온 것 같군."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시합의 결과는 의외로 백포도주와 적포도주 모두 캘리포니아 포도주의 승리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신세계의 와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신세계에서의 포도주 생산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세계의 포도주는 비교적 싼 토지와 노동력을 이용해 값싼 포도주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강점은 기후에 있었다. 신세계의 포도밭은 매우 안정적인 기후를 가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유럽의 포도주는 빈티지라는 생산 연도에 따라 그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좋은 기후를 가진 해에 생산된 포도주는 가격이 몇 배 더 비싸다. 하지만 신세계의 포도주는 기후의 변화에 따른 걱정이 매우 줄어들고 거의 똑같이 좋은 품질의 포도주를 매해 생산해 낼 수 있다. 심지어는 균일한 맛을 위해서 작년에 생산된 포도주와 금년에 생산된 포도주를 반반씩 섞어서 병에 담기도 한다. 





Two Buck Chuck

이런 장점은 미국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라는 마켓에서 판매되는 투벅척 (Two Buck Chuck)이라는 포도주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다. "Two Buck Chuck"에서 Buck 이란 "달러"의 속어이고 Chuck 이란 찰스의 애칭이다. 트레이더 조스에서는 Charlse Shaw 포도주를 겨우 $1.99에 판매했다. 가격은 싸지만 찰스 쇼의 샤도네이는 포도주 경연 대회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심지어 스크루 캡이 아닌 코르크로 닫혀 있는 포도주병에 담겨있다. 포도주 점수 92점을 받기도 했고, 2007년에는 98점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캘리포니아에서 $2.50으로 판매되어서 투벅척이라는 별명을 무색하게 했다. 2017년 가격이 다시 올라서 캘리포니아에서는 $2.99, 타주에서는 $3.79에 판매된다. 비록 투벅척이라는 별명은 잃었지만 그래도 코르크 마개 병에 담긴 98점짜리 와인을 단돈 3 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의 질투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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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 (Judgement of Paris)

원래 파리의 심판이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말한다. 호머의 일리아드에도 언급이 된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서로 누가 더 아름다운가를 겨루게 되었고,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긴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세 여신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금사과를 주기로 했다. 세 여신은 각기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파리에게 뇌물을 사용하려 했다. 헤라는 아시아와 유럽의 왕이 되게 해 주겠다고 하고, 아테나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혜와 기술을 주겠다고 하고,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했다. 

파리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스파르타의 헬렌을 아내로 삼았는데, 그녀는 이미 그리스의 왕 메네라우스의 아내였다. 이로 인해 스파르타와 트로이 간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9년간의 전쟁 끝에 오디세우스가 아테나의 도움으로 트로이의 목마를 만들어서 전쟁에서 승리한다. 트로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카르타고로 도망가서 디도 여왕을 만났지만 신의 명령을 따라 새로운 곳으로 가서 로마를 세우게 된다. 디도 여왕은 자신을 버리고 간 로마를 세운 사람들에 대해 원한을 품었는데 이것이 먼 훗날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로마와 대적해 싸우는 포에니 전쟁이 된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신화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 많은 차이가 있고 연도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그냥 재미로 읽고 넘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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