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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카 Mar 30. 2022

전동차 안에 울려퍼진 아카펠라

지하철 읽기2

-오늘도 평화로운 지하철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퇴근길...

전동차 옆자리에 앉아있던 어르신이

한쪽 엉덩이를 나 있는 쪽으로 드셨다.

지갑이나 폰을 꺼내시려나 보다 생각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어르신은 뜬금없는 피리 연주의 포문을 열었다.

그것도 이어지는 멜로디는 아니고 단발적인 (가죽피리) 사자후에 가까웠다.

연주곡명은 "뽕을 뽑으세요 F단조 4(싸)악장_'저녁은 순대를 드셨군요'"였고

청각은 물론 후각까지 휘감는 혼신의 연주는 단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까웠다.


나는 해당 칸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까팰라 단원이 되어

그의 연주를 빈틈없이 이어가는 상상을 했다.


우선 나부터 바로 이어갔음 좋았겠지만,

현실은 LPiG 충전소 출입한지 오래된 탓으로 연주를 이어갈 순 없었고,

그래도 상상은 모든 것이 가능하니까.


모든 소리는 배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것이 입을 거치느냐 그곳을 거치느냐의 차이일 뿐.


그렇게 서있는 단원, 앉아있는 단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릴레이 아까팰라를

마쳤을 때 나는 드디어 현실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현실엔 마치 여진이 계속 되듯 첫음의 향기가 내 후각을

아까부터 패고있었다.


저녁을 아직 못 먹은 허기를 향기로라도 달래고자 했으나

숙성이 좀 지나치게 된 탓인지 내 코가 거부하고 있었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

어쨌든 내 꿈 속에서 함께 연주해주신 단원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되새김을 마친다. 글마무리도 혼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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