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카 Mar 28. 2022

님하, 그 칭찬을 듣지 마오

지하철 읽기1

-오늘도 평화로운 지하철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며칠 전 퇴근길, 전동차 옆칸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뭔 일인가 힐끗 보니 60대 쯤의 어르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덩치도 큰데 약주 옵션 장착한 강려크한 모습을 보니
저 정도면 구 통합 노인정 짱은 되겠다 싶었다.


좋게 좋게 말리던 다른 어르신은 더 이상 감당을 못하고 하차해버렸다.
결국 주변 사람들이 썰물처럼 물러나고 해당 좌석엔 그 어르신 뿐이었다.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화가 잔뜩 나있던 그 어르신이 빙그레 웃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청년이 용감하게 옆자리에 앉아 뭔가 말을 건 이후로 말이다.
도대체 저 청년에겐 어떤 매력과 소통의 기술이 있었던 걸까?
난 그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 청년이 큰 소리로 얘기했다.


"인상이 정말 좋으세요"


'저 청년, 사람을 추켜세워 부드럽게 굴복시킬 줄 아는구나.
대단한 청년이야. 청년수당 같은 거라도 신청해보라고 귀뜸해줘야 되나? '
생각하는 도중 마침 문이 열려 하차했다.


열린 문으로 보이는
점점 더 환해져가는 어르신의 미소와 청년의 열띤 칭찬...


가만 생각해보니 "인상이 정말 좋으세요"란 말은
나도 좀 들어본 말 같았다. 길에서...
설마...하며 그 청년을 다시 보았다.


때마침 그 청년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좋은 기운이 느껴지세요"
곧이어 문은 닫혔고 어르신의 미소는 열반의 경지에 다다랐다.
과연 그 어르신은 어디로 갔을까.








작가의 이전글 3일만에 퇴사한 분의 자리에 들어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