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 2주년 토크 콘서트 '자연답게, 사람답게' 강연 정리
1. 토크콘서트에 참여하는 소감
이 콘서트에 편하게 왔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올 수 있었다. 생명의 다양성이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그의 말이 아이들을 만나는 내 입장에선 생각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어떤 얘기를 할지, 그리고 세 명의 강연자가 나오는 만큼 얼마나 충실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를 하며 이 자리에 왔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사회자가 나와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본 공연이 시작되자 비트박스를 하는 뮤지션이 나와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2. 기조 강연
김병만 강연
처음엔 정글이란 곳을 갈 땐 ‘뭔가 이기고 오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힐링 하고 오는 곳’이 되었다.
동물에 다가갈 때 적대감이 없는 상태로 천천히 다가가면 바다사자도 가만히 있는다. 이런 것을 통해 봤을 때 동물도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기보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지 안다고 할 수 있다. 정글에 갔을 때 원숭이들이 있었다. 그 때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원숭이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같이 놀더라. 이 모습을 보면 원숭이들이 인간과 친화력이 좋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스텝이 손을 들어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와서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동물에게 다가갈 때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그들에게 다가가니 동물들도 경계를 하지 않는다.
소감: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건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게 틀에 박혀 있는 강연처럼 보이지 않아 더 좋았다. 역시 개그맨 출신답달까. 좌중과 호흡하는 법을 알고 분위기를 이끌어 갈 줄을 안다.
그는 맨 처음 정글에 갔을 때만 해도 ‘이 프로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갔었다. 그러다 보니 생태에 대해 고민했던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내려다 보니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일도 많이 했나 보다. 그런데 정글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갔고 최재천 교수와 만나 여러 얘기를 들으며 이젠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했다. 분명히 작은 체구지만, 큰 거인처럼 보였다.
김훈 강연
인간에게 가장 반생태적인 건 입이다.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강연을 하려 신촌 로터리를 걷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그 때 ‘몇 년 지나면 이 사람들이 다 지나가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물리적 환경의 주인일 수 없고 그저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과객’ 인간은 어쩌면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과객’이란 생각이 있을 때 지금 문제에 접근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눌러 앉은 자’라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서 모든 걸 누리려 하고 모든 것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지나가는 자’라 생각하면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자전거를 많이 탔으나 지금은 그렇게 많이 타진 않는다. 미세 먼지가 많아져서 호흡기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땐 내 몸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전거가 자동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의 그 아날로그성을 좋아하고 그 속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힘이 체인과 베어링을 타고 내려가 뒷바퀴를 굴리는 힘을 되는 것 자체에 감탄하게 된다.
소감: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강연이다 보니 뭘 제대로 하기 힘들다. 당연히 횡설수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문장 한 문장이 귀를 기울이게 한다. 역시 짧게 핵심을 담아 표현할 줄 아시는 분이다. 김병만은 좌중을 휘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김훈 선생은 분위기를 누르며 진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최재천 강연
흔히 ‘개미박사, 생물학자, 생태학자, 사회 생물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사람들이 “전공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관찰학을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모으고 있는데,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동물들이 인간이란 존재를 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다. 얼굴에 병이 낀 여우는 길 한복판에서 사람이 오길 기다려 사람이 오자 가까이 오며 빼달라고 한다. 여우는 원래 사람에게 절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그 녀석은 얼굴에 병이 끼자 동료들에게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고 얼굴을 내밀었을 테지만 도와줄 수 없음을 알게 되자 그렇게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돌고래의 경우도 이와 같은데, 수족관에 들어가 촬영하는 사람에게 유독 한 돌고래가 계속 가까이 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살펴보니 낚시 바늘이 몸을 칭칭 감고 있었기에 그걸 제거해줬다고 한다(mantarayshawaii.com). 그 때 돌고래는 모두 다 제거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가더란다. 돌고래는 허파로 숨을 쉬기에 잠시 숨을 쉬려 올라간 것이었다.
제인구달 박사는 다친 침팬지를 치료한 후 자연에 방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다친 상태로 연구소에 실려 왔을 때와 다 나은 후 방사할 때 그 침팬지를 딱 두 번만 보았다. 그런데 방사하던 날 침팬지는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제인구달을 안은 후,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 장면이 왠지 찡한 느낌이 들었다.
동물들은 적어도 500만년동안 사람들을 관찰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도 사람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잔인한 모습, 그렇기에 어떤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소감: 글로 읽었던 소감은 어찌 보면 학구적이며 조용조용한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강연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강연의 컨텐츠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영상까지 볼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3. 3인 3색 토크
사회자: 세 명이 친하나요?
김병만(이하 만): 감히 친할 수 없지만 존경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2년 전에 국립생태원에 찾아갔을 때 많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때 많이 혼났지만 그 인연으로 지금껏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사회자: 오늘 동물 인형을 하나씩 가져 왔는데, 왜 그 동물을 선택한 건가요?
최재천(이하 최): 저는 침팬지 인형을 가져왔다. 처음엔 개미박사로 시작해서 언젠가 영장류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지금 긴팔원숭이를 연구하고 있기에 가지고 나왔다.
만: 나무늘보 인형을 가져왔다. 실제 여러 번 봤는데, 늘보를 볼 때마다 ‘제발 너는 사냥감이 되지 말아라’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가지고 나왔다.
김훈(이하 훈): 매 인형을 가져왔다. 매는 먹잇감을 보는 순간 급강하하여 잡아채고 끌고 올라간다. 조준 능력이 대단하고 땅의 한 점을 보고 내리꽂는 정확성이 있다. 매가 잡아먹는 건 약육강식이 아닌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자: 토크 콘서트를 계획한 이유는 무언가요?
최: 국립생태원이 개원한지 두 돌이 되었다. 그래서 뭔가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정부3.0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게 정부기관을 최대한 많이 오픈하고 그로 인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기에 많은 분들을 만나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만: 정글팀이 코스타리카에 갔을 때 피디와 논쟁이 붙었다. 숲속에 작은 길이 쫘악 나 있기에 잎꾼개미가 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거였다. 그래서 최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잎꾼개미가 낸 것이 맞다고 하더라.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그 개미들은 농사까지 짓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최: 잎을 잘라서 집에 가져와 잘게 부셔서 버섯을 경작하여 먹는 개미들이다. 지구상에서 딱 세 부류만 농사를 짓는데 그들이 바로 잎꾼개미, 흰개미, 인간이다. 잎꾼개미들이 버섯을 농사짓는 이유는 아마도 버섯이 잘 자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버섯을 서양사람들은 ‘신의 선물’로 여긴다. 비 오기 전엔 아무 것도 없다가 비만 내리면 순식간에 쭉쭉 자라나기 때문이다.
만: 잎꾼개미들이 잎을 잘라서 일렬로 나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열심히 잎을 나르는 개미도 있는 반면에 잎 위에 앉아서 노는 개미도 있다는 사실이다. ‘개미와 베짱이’ 얘기처럼 편안히 노는 것처럼 보인다.
최: 어렸을 때 밭일을 했었는데, 그 때 내리막길 같은 게 나오면 리어카에 올라타곤 했었기에 그 개미들도 그런 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개미들의 역할이 10년 전에 겨우 밝혀졌다. 잎꾼개미들이 일하는 근처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난다. 연구자들은 지금껏 그 소리와 잎꾼개미의 노동현장을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때 비로소 연결 지을 수 있었다. 보통 땐 개미의 외피가 두꺼운 탓에 어찌할 수 없지만, 잎을 나르느라 몸을 구부리다보면 목의 야들야들한 부분이 노출된다. 파리들은 거기에 알을 낳는다. 그러면 구더기가 자라나 결국 개미를 잡아먹고 큰다. 잎에 올라탄 개미들은 파리를 쫓아내는 임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개미사회는 고도화되어 있다.
최: 김훈을 책을 보다 보면, 한 문장씩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이 튀어나오곤 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엔 ‘다윈은 아직도 관찰 중이고, 진화론은 지금 진화중이다 『라면을 끓이며』 中’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무슨 뜻인가요?
훈: 나이가 먹다 보니 ‘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차 있구나.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찬 세상이 어찌 보면 신바람 나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글호가 처음 떠나던 날, 20살 먹은 다윈과 27살 먹은 선장이 출항할 때 인간의 지각이 넓혀지고 인간의 시선을 관념으로부터 현실로 돌려놓는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내 상상 속에선 그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 배엔 최 교수도 함께 타고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상상하며 쓴 것이다. 그건 곧 이 세계는 완성되어 고정된 틀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고 불완전한 모습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 여긴 것이다.
(김훈 작가의 사변적인 말에 사회자는 멘붕에 빠지며, 김병만과 자신은 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이었음을 실토한다. 그러자 김병만이 발끈한다.)
만: 아니 이거 왜 이러세요. 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말이예요. 불완전한 모습이라는 말에 공감했거든요. 핀치새의 경우 환경에 따라 부리가 달라지는데 그 새를 갈라파고스에서 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 최 교수가 『핀치의 부리』를 읽으라고 권해줘서 읽은 적이 있기에 그걸 알고 있어요.
훈: 동물들도 짝짓기를 할 때 연애의 감정 같은 게 있나요? 짝을 보면서 ‘얘는 내 거다’ 이런 식의 감정 말이예요
만: 제인구달 선생의 책에서 봤는데, 어느 침팬지가 자기에게 계속 다가오는 이성 침팬지를 밀어내더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처럼 동물들도 본능만 있는 게 아니라 애정의 감정도 있다고 생각된다. ‘정글’을 찍다 보면 어떤 동물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걸 애정이라 할 수 있을까?
관중: 그게 바로 애정이죠.
만: 내 생각에 그건 애정이라기보다는 소유욕이라 생각된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있듯 동물들도 원래의 환경에 놔두는 게 가장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동물을 나의 터전에서 기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미국인 한 명은 섬을 통째로 사서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그곳에서 놔둬 살게 한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4. 청중과의 Q & A
Q(초2): 나무를 잘 탈 수 있는 방법은?
만: 나무를 타서 도움이 될 건 없다. 나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서 『톰소여의 모험』의 모험 중 나무에 집을 짓는 장면을 보고나서 그 때부터 나무에 오르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무에 오르는 게 특별한 건 없고 몸에 힘이 있으면 저절로 오를 수 있게 된다. 아마 지금부터 힘을 기르면 자연히 나문에 오를 수 있게 될 거다.
최: 나도 어려서 나무에 자주 올랐기에 나무를 잘 탄다. 나무 잎을 엮어서 집을 만드는 개미가 있는데 나무를 타다 보니 자연히 그런 개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개미박사가 될 수 있었다.
Q: 전자책과 종이책 중 어떤 게 자연을 위하는 걸까요?
훈: 문명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질문이다. 전자책은 빛이 많이 나와 읽지 못하고 있으며, 전자기기는 기본적으로 눈을 너무 해치는 물건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지금은 눈을 아끼고 있는 중이기에 봐야 할 것만 골라서 보고 있다.
종이책은 나무를 사용하여 만들다 보니, ‘숲이 훼손되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게 되고 그에 반해 전자책은 자연물의 훼손이 없으니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람이 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숲이 훼손되거나 멸절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 이상을 쓰면 문제가 되지만 필요한 만큼씩 쓴다 해서 완전히 사라지진 않기 때문이다.
만: 김훈의 말에 백퍼 동의한다. 어떤 섬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은 어망을 쳐서 물고리를 잡으면 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작살로 물고기를 한 마리씩만 잡더라. 그 땐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필요한 만큼만 쓰겠다는 각오였으니 말이다.
Q: 벌레가 무섭고 싫은데 극복 방법은 있나요?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도 지구상엔 있어야만 하는 건가요?
최: 미국에서 공부할 때 지도교수는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사석에서 아주 개인적인 얘기를 해주더라. “나에게 요술방망이가 있으면 모기는 꼭 없애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연구자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사랑할 수는 없다.
어스틴이란 도시에 가면 매일 저녁 강가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저녁거리를 찾으러 무리지어 이동하는 박쥐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으로 박쥐들이 무얼 먹으러 가는지 추적해보니, 이동하는 모기떼를 잡아먹는 것이었다. 모기는 박쥐의 먹이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건 없다고 할 수 있다.
Q: 아내가 바퀴벌레를 죽도록 싫어한다. 바퀴벌레는 물진 않나?
최: 바퀴벌레는 물진 않으나 지저분한 곳을 다니기 때문에 꺼림칙하다고 느끼는 거다. 곤충학과에 있을 때, 들었던 얘기다. 곤충 연구자들도 연구소에선 곤충을 연구하지만 집에 들어가 불을 켜면 ‘사르르륵~’ 소리를 내며 벌레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때 까무러치게 놀란다고 한다.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연구자들 중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퀴벌레가 사라지면 숲 생태계는 붕괴된다. 바퀴벌레는 숲 생태계에서 다양한 종의 먹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 냇가에서 잘 때 보면, 바퀴벌레들이 내 몸으로 자연스럽게 기어 다니곤 한다. 그런데 한 번도 물리거나 그래 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바퀴벌레보다 오히려 모기가 더 싫다.
Q: ‘자연스럽게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는 무엇이 있나요?
훈: 고승에게나 물을 수 있는 질문 같다. ‘자연스럽게’는 ‘사람답게’와 같은 의미인 것 같다. 자연스럽지 못하면 사람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먹이 피라미드의 단계가 많은데 그 단계별로 서로 적대적이고 이익을 서로 침범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상의 의존적으로 만드는 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만: 지나치지 않게, 필요한 만큼 적당히 가지고, 하는 거라 생각한다.
최: 괌에 돌고래를 보러갔었다. 괌엔 지구상에 가장 깊은 해구가 있는데, 다른 곳은 보통의 바다색인데 그곳만 군청색으로 변해 있어 배를 타고 가다 보면 부딪힐 것만 같이 느껴진다.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배의 앞자리에 앉았는데 그 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떠날 때쯤 여기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김훈 작가가 ‘지나가는 사람처럼 살면 된다’고 했는데 동의한다. 그래서 어떤 책의 맨 마지막 문장으로 ‘내가 여기 없었던 듯 떠나고 싶다’고 썼다. 너무 남기려 하기보다 뒤에 오는 뭇생명들을 위해 깨끗이 사라져 주는 것이 좋다.
Q(중2): 최교수님의 경우 대중을 과학화하고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노력을 하는 분인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세계적인 입지를 갖추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 궁금하다.
최: 몇 년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독일친구와 함께 공부를 했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세계에서 5번째 인용빈도가 높을 정도의 학자가 되었다. 어느 날은 그 친구와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다음날 그 친구가 나에게 오더니 어제 같은 말을 10번 이상 했다고 하더라. 그 말은 “너처럼 하나만 했으면, 아마 나도 지금쯤 너처럼 됐을 텐데”하는 푸념이었다는 것이다. 저 또한 어느 부분에선 후회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
개미박사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더욱 깊이 있게 개미만 연구하고 싶었다. 94년에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학생들은 침팬지, 돌고래, 코끼리 등 다양한 것을 연구하고 싶어 하더라. 그 때 개미만 연구하는 것은 ‘고집’ 같이 느껴졌고 그게 학문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런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연구해보고 싶다는 걸 함께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선택으로 지금에 이른 것 같다.
Q: 곤충학자가 꿈인데, 제가 좀사마귀에게 잠자리를 줬는데 먹지 않고 오히려 잠자리가 사마귀를 괴롭힌다. 개미를 줬는데 먹지 않는데, 좀사마귀가 뭘 먹나요?
최: 길러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뱀도 잡아먹는다는 게 알려져 있듯, 자연계엔 법칙이란 없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누굴 먹는지는 적은 시간 관찰하여 말한 것일 뿐, 그게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직접 끈질기게 관찰해야 남들이 관찰하지 못한 걸 제일 먼저 관찰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책에 나온 내용이 맞다며 그냥 책을 덮지 말아야 한다. 관찰력과 궁금증은 그래서 중요하다.
병: 간단히 말하면 정말 배고픈 놈이 먹게 되어 있다. 법칙보단 누가 먼저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냐 하는 것이다. 정글에 있을 때 침팬지가 원숭이의 꼬리를 잡아 먹는 모습까지도 보았다. 그걸 봤을 때도 배고픈 놈이 덜 배고픈 놈을 먹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토크콘서트 후기
북콘서트에 여러 번 가봤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가장 기본에 충실하면서 만족도가 높았다. 그 이유는 하나의 잘 짜인 연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한 명씩 나와 짧게 기조 강연을 하고, 중간 중간에 비트박스, 요조의 노래 등으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으며, 세 사람이 함께 나와 여러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듣진 못했지만, 그래도 ‘책을 너무 믿지 마라’, ‘우리는 과객이다’, ‘더 배고픈 놈이 덜 배고픈 놈을 먹는다’, ‘동물도 인간들을 알고 있다’는 말은 충분히 생각할 만한 거리였다. 그리고 덤으로 강연의 목적인 ‘국립생태원 알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예전 페이스북에 준규쌤이 남긴 글을 통해 국립생태원이란 게 있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때 어렴풋이 보는 바람에 지금까지 서산에 있는 거라 알고 있었다. 준규쌤은 컨텐츠가 그렇게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평했기에 나도 금방 신경을 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 얘기를 들은 후 다시 검색해보니, 글쎄 군산에서 멀지 않은 장항역 바로 옆에 있더라. 군산여행을 갔을 때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지근거리였는데, 그걸 몰랐다니 무척 아쉬웠다. 어찌 되었든 나는 동식물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한 번 시간이 되면 꼭 가보고는 싶다. 그 때쯤엔 잎꾼개미들을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