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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Dec 31. 2015

쌍용차 사태, 용산을 거쳐 평택에 몰아친 자본의 습격

자본이 휩쓴 공간을 찾아 3

2008년 12월말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인수 이후 기술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먹고 튀겠다(먹튀)는 것이었다. 국가의 기간산업을 다른 나라가 기술만 빼먹고 내빼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본이 노동자를 왕따시키다

     

그래서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회계법인을 통해 회생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 내용이 바로 2,646명을 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파산법원은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2,646명과 3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순간에 직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고 원통함을 세상에 알리려 평택 공장에서 77일간 점거 농성을 하였으나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끝나고 말았다.      



▲ 도장2공장 옥상에서 진압 작전이 펼쳐졌다. (사진-미디어 충청)




생각 없는 비판 

    

여기까지 내용을 들으면, 회사가 어려워졌으니 노동자들을 잘라내어 회사를 살려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반문을 하는 사람은 자본가를 비호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을 진리인양 받아들인다. 왜 자신을 포함한 아들, 딸들은 노동자로 살 수밖에 없는데도, 자본의 편을 들며 기업가의 편을 드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쌍용 자동차에 자신이 다니다가 정리해고가 되었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지 의문이다.           



▲ 언론은 노골적으로 사측편만을 들었다.




문제의 원인

     

삼일회계법인이 회계를 조작한 내용을 바탕으로 삼정KPNG라는 회계법인을 통해 회생계획서가 제출되었다. 여기에 실린 내용이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을 잘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는 당연한 절차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인정되려면 회생계획서가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 회사가 어떻게 어렵게 됐는지를 증명하는 자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법인들은 회사 편에 선 기생충에 다름 아니다. 회사가 원하는 대로 장부를 조작하고 회계를 꾸미는 건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회계조작은 유형자산인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의 평가금액을 대폭 낮추는 데서 시작되었다. 2007년 12월의 유형자산 평가액은 7,300억이었는데 일 년이 지난 2008년 12월의 평가액은 3,600억원으로 무려 1/2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웃긴 것이 2009년 3월에 한국감정원이 평가해보니 6,700억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3,600억으로 평가액을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누구에게 좋은 빌미를 안겨준 것일까?

이 평가액을 기초로 부채비율을 계산하니 561%나 된 것이고, 그 때문에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쌍용차는 망할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 회계조작을 통해 노동자를 자를 명분을 만들다.




이유도 모른 채 일자리에서 잘리다

     

2,646명은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열심히 일을 한 죄밖에 없는데, 하루아침에 죄인 취급당한 것이다. 

김진숙 위원장이 말했다시피 ‘해고는 살인’이다.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한 노동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다시 취업하려 해도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상태라 취업도 되지 않는다. 건강은 나빠져만 가고 취업은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최후엔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할지라도 그걸 자살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이야말로 야만적인 자본이, 착취하는 자본가가 죽음의 구덩이로 노동자를 밀어 넣은 타살이지 않을까?          



▲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 가고 있다. 쌍용차에 전염병이라도 돌았단 말인가?




우리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점거농성에 돌입하다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노동자들은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77일간의 투쟁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이 그곳에 들어갈 땐, 비장한 각오보다는 단지 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을 것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공장 안을 덥히던 여름날 사측은 단전단수를 한다. 철판으로 둘러싸인 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건 상관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쪄 죽고, 갈증 나 죽기’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외부의 자원봉사자들은 생수를 공장 안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사측은 정문을 컨테이너로 막고 ‘공장 안에 생수가 차고 넘친다’며 거부했다. 

또한 인도적인 차원에서 의료진 5명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측은 가로 막았다. 모든 것을 끊고 가로 막은 것이다.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더위와 갈증,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었다는 고립감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회사:노동자’의 대립구도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는 노동자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노동자 편가르기를 통해, 자신들은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것이다. 

투쟁이 진압되기 15일 전엔 회사가 정리해고 되지 않은 동료에게 새총을 쏘게 하고, 쇠파이프를 들게 했다. 10년 이상을 함께 지낸 동료들이 어느 순간, ‘같은 노동자’임에도 자신은 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려는 적이 된 것이다. 회사는 ‘저들을 쫓아내지 않으면, 너도 쫓겨 날 수 있다’고 불안감을 조성하며 압박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형은 안에서 점거 농성을 하는데, 동생은 새총으로 형을 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형제라는 혈연도 자본 앞에서는 ‘이상한 관계’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 정문앞에 생수는 차고 넘쳤으나, 공장 안엔 마실 물이 없었다. 그리고 사측 직원을 이용하여 노노갈등을 연출하기로 했다.




테러진압을 위해 용산을 거쳐평택에 왔수다

     

용산은 좁은 공간에 우발적으로 많은 병력이 진입한 것임에 반해, 쌍용차는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싸우던 장소였기에 경찰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테이저건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테이저건은 전기충격을 주는 총기로 테러 진압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실제로 노조원들은 테이저건의 바늘이 방패를 뚫고 들어와 맞았다고 증언했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진압 무기인지 알 것이다. 

그리고 용산에서와 같이 컨테이너에 병력을 태워 옥상 진입을 수월하게 했다. 용산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작전이 ‘쌍용차 사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이상한 총기를 휴대하고 진압에 나선 경찰


난 이런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왜 경찰이 그렇게 테러 진압을 하듯이 밀어붙였는지 물었다. 지부장님은 아마도 ‘용산 사태’로 경찰특공대는 선례를 얻었을 거라 말씀하셨다. 용산사태를 통해 강경진압을 해도 일반 국민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 참사는 경찰이 강경진압을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예이며, 인명 피해 없이 해결되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안일함을 알려준 예였다는 것이다. 

왜 정부는 그렇게까지 사측의 편을 들며, 노조원들을 강경 진압 했을까? 그건 아마도 사사건건 어떤 정책에 발목을 잡는 금속노조를 쓰러뜨리기 위한 밑그림에서 그런 게 아닐까 의심하셨다. 얼렁뚱땅 봐주면 나중엔 온갖 요구 조건을 내걸 것이기에 아예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였다는 거다.                






진압 우수 사례??

     

2012년 2월에 수사경찰관을 대상으로 3년간 수요 사건 중 ‘Best 10 & Worst 10’ 후보를 공모했다. 그 설문에서 ‘평택 쌍용차 점거농성 사태 조기 해결’을 베스트 5위로 선정하였단다. 

우수 사례로 뽑은 이유가 아주 가관이다. 이유인 즉은, 신속하게 처리했음에도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용산 참사도 화재가 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없었다면, Best 10 안에 들었을 것이다.      



▲ 우수 사례 선정을 철회하라며 김정우 지부장은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실패할 줄 알지만싸우다 

    

김정우 지부장님은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신단다. 평택 공장 앞에서 아무리 외쳐 봐야 어떠한 변화의 낌새도 없었기에, 사대문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파란 기와에 있는 사람이 들어줄 리도 없지만,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하셨다.  

왠지 이런 모습을 보니, 차디찬 크레인에 올라 309일을 버텨낸 김진숙 위원장이 생각났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시는 분들이다. 어떻게 그들을 보며 ‘쌩떼쓴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더욱이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되어본 적도 없는 내가 말이다. 

국가가 나 몰라라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사람들은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셨고, 23번째 희생자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셨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울분이 치밀었다. 우리는 멍울 하나씩을 가슴에 안고 합동분향소를 나왔다.



▲ 우린 가슴 한 곳에 '멍울'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를 들었다.




목차     


프롤로그 평범한 삶을 꿈꾸며부속품이 되길 희망하다

평범한 삶이란 목표

궁하면 통한다

생각 없음이 죄다

세상을 열린 눈으로, 생각으로 보자

부속품이 되길 희망하는 자

돈이란 잣대로 획일화된 세상     


Part 1. 두 개의 문과 용산참사

용산개발 사업

어민을 거지로, 세입자를 때쟁이로

살기 위해 망루에 오르다

누굴 위한 국가기관인가?

신속한 출동 명령

‘테러 작전’을 수행하러 용산에 왔수다

『두 개의 문』에서 ‘두 개의 문’

용산사태를 묻기 위한 조처들

욕심이 화를 낳다

준비되지 않은 작전

화재를 막을 수도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Part 2. 쌍용차 사태용산을 거쳐 평택에 몰아친 자본의 습격

자본이 노동자를 ‘왕따’ 시키다

생각 없는 비판

문제의 원인

이유도 모른 채 일자리에서 잘리다

우리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점거농성에 돌입하다

‘테러진압’을 위해 용산을 거쳐, 평택에 왔수다

진압 우수 사례??

실패할 줄 알지만, 싸우다     


에필로그 자본이 쳐둔 그물망을 전태일 정신으로 넘기

박근혜의 목숨 〈 28명의 목숨

전태일 정신으로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넘어서기

매거진의 이전글 『두 개의 문』과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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