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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ug 25. 2018

알마티에서 탈디쿠르간으로

2013년 6월 22일(토)

알마티에서 1주일동안 있었다. 낯설던 곳이 익숙해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알마티의 알 수 없는 언어들과 멀찍이 보이는 만년설이 늘 보아오고 들어오던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일주일이란 시간은 짧지만 강렬했다. 하지만 이젠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는 또 다른 인연이 있고 다른 환경이 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기대와 걱정을 하며 아침에 눈을 떴다. 

알마티에서 탈디쿠르간까지는 무려 266㎞라 된다. 서울에서 광주까지의 거리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니 4~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대장정이 될 것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야 하기에 6시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시간이 없으니, 컵라면과 빵으로 대충 때웠다. ‘과연 한 시간 만에 아이들의 준비가 다 될 것인가?’ 걱정이 되긴 했는데, 아이들도 긴장하고 있었는지 시간에 맞춰 정리를 끝냈다. 로비로 내려가니 원장님이 기다리고 있더라. 그래서 인사를 드리고 모든 짐을 차에 실었다. 꼭 알마티에 처음 왔던 날처럼 우린 정신없이 차에 탔다.                


▲ 저번에 놀았던 캅차카이 호수가 보인다. 




탈디쿠르간 가는 길 

    

이미 캅차카이에 갈 때 알마티 외곽도로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체험했다. 하지만 그런 길이 탈디쿠르간으로 향하는 길 내내 계속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2차선 도로도 꽤 되는데, 차끼리 닿을 듯, 말 듯 한 적도 여러 번이고, 도로 포장을 하는지 비포장도로로 달릴 때도 있었다. 원유가 나오는 나라에서, 도로 사정이 이렇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알지 못할 내막들이 있을 테지만, ‘국토가 남한보다 27배나 넓으니, 도로 인프라를 갖추기도 힘들겠지’라는 정도로 생각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경치만큼은 일품이었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발하슈 호 다음으로 큰 캅차카이 호수의 정경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고 드넓게 펼쳐진 도로 위를 맘껏 달릴 수 있었고 지평선이 보이는 끝없는 벌판을 누빌 수 있는 것도 우리에겐 모두 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가다가 평지보다 조금 높은 구릉이 보였는데, 기사분이 ‘칭기즈칸Temüjin(1155~1227)이 저기 위에 올라 일사분란하게 지휘를 했던 장소’라며 설명해주시더라. 칭기즈칸은 이런 평원을 달려 세계를 주름잡았고 몽골의 이름을 만방에 떨쳤다. 우린 지금 역사의 현장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 칭기즈칸의 영토정복은 고려에도 영향을 끼쳐 부마국이 되어야 했고, '수라상' 같은 몽골어들이 유입되었다. 그가 달렸던 길.




새 인연과 새 환경에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노르 선생님과 홈스테이 하는 집 학생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대통령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홈스테이 할 집을 정했기 때문에 단재 학생들은 그대로 따라가면 되었다. 근호는 아르토르와, 주원, 규혁이는 엘다르와, 이향이는 발렌티나와, 혜린이는 슈른과, 연중이는 아이음과, 승빈이는 알마트와, 민석이는 산자르와 파트너가 되었다. 작년과 파트너가 같은 학생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근호, 혜린이가 문제였다.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아이들인지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호와 혜린이는 까탈스러운 아이들이 아니기에 안심이 되었고, 대통령 학교에서 정해준 것이니 이상한 아이와 파트너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기에 신경 쓰고 있어야 한다.                



▲  탈디쿠르간 가는 길.




순조로운 출발

     

학생들은 모두 파트너와 함께 뿔뿔이 흩어졌고 나와 굴심쌤은 아이노르 선생님이 정해주는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말이 호텔이지 여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학교에서 모든 비용을 대준다며, 여기에 있는 동안 이 여관에서 생활하면 된다고 했다.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기서 아이노르 선생님과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바뀐 부분은 총 4가지였다. 첫째는 오늘부터 Tekeli에서 1박 2일의 야영을 하기로 되어 있던 게 취소되어, 집에서 쉬고 내일 하루만 갔다 오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수영 대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6월이라 수영장물이 차가워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영화관에서 현지 언어로 상영되는 영화를 보려 했는데 그게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넷째는 Altyn emel이라는 사막에 가는 일정도 1박 2일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계획은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빠진 일정 대신 무엇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나 보더라. 


▲ 마중 나와 준 대통령학교 학생들. 이렇게 우린 도착하자마자 홈스테이할 곳으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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