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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pr 06. 2019

세 번째 천왕봉 등반기

2013년 11월 15일(금)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8시까지 퇴실하라고 했지만, 우린 새벽 산행을 마치고 8시가 약간 넘어서 도착했다. 그래도 1호실은 개방되는 곳이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  축하하는 의미로 나는 사이다를 민석이는 초코파이를 사서 약소한 파티를 했다.




5일차 일정을 시작하다

     

대피소에 도착해선 민석이가 함께 올라간 사람들을 위해 사이다를 사줬다. 무려 1.500원이나 하지만 아낌없이 함께 한 사람들에게 베푼 것이다. 그때 먹은 사이다는 지금껏 먹은 어떤 음료보다도 맛있었고 새벽 산행을 더 의미 깊게 만들어줬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먹기로 했다. 이제 세 번째 천왕봉 등산을 하려 한다. ‘두 번이나 맨몸으로 올라갔음에도 엄청 힘들었는데, 과연 배낭을 메고 가면 얼마나 더 힘들까’하는 불안과 ‘6명의 영화팀이 천왕봉에 함께 오르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천왕봉까지는 2시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치밭목까지는 4㎞로 3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오후 3시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들고 괴롭겠지만,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천왕봉에 정식으로 당도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힘내어 가보자. 

주원이와 현세, 지민이부터 먼저 보내고 나머진 30분 후에 출발했다.                



▲ 주원이와 현세, 지민이부터 출발하고 우린 30분에 출발했다.




고생한 시간에 비례하여 기쁨의 양도 정해진다

     

당신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리산에 한 번 와서 천왕봉을 세 번 올랐다는 이야기를. 이런 경우가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았으니 확답을 할 순 없지만, 아마 ‘공전절후空前絶後’한 일이지 않을까.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세 번 오르며 본 천왕봉의 모습은 완벽하게 달랐다는 데에 있다. 그 감상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할 터이니, 우선은 마지막 천왕봉 등반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배낭의 무게까지 감내하며 오르기엔 천왕봉의 길은 너무도 험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왔다 갔기에 어느 정도 길이 어떠리라는 감각은 있었다. 30분 먼저 출발했음에도 중간 정도까지 올라가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주원이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멈추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고 지민이와 현세는 끙끙대며 오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새벽에 오를 때처럼 아이젠을 끼고 오르기도 어중간 했다. 눈이 녹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젠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도 지민이와 현세의 템포에 맞춰 천천히 올랐다.





2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새벽의 천왕봉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제도 새벽에도 올랐지만, 지금은 마무리를 짓는 의미로 무려 5일간의 종주 끝에 천왕봉에 오른 것이기에 그 감회는 남달랐다. 지금 여기에 오른 사람 중에 중산리나 새재에서 오를 경우 빠르면 하루 만에(새벽에 올라야만 가능하다. 아마 2000년에 천왕봉에 처음 왔을 땐 중산리에서 올라 장터목까지 온 후, 천왕봉에 올랐을 것이다), 좀 여유를 두면 1박 2일 만에 천왕봉에 오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 사람들이 느끼는 천왕봉에 왔다는 감흥과 5일 동안 지리산을 헤집고 다니다가 드디어 천왕봉에 왔다는 감흥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 한 번 지리산을 종주하며 세 번이나 천왕봉에 오른 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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