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북콘서트 - 여는 글
『송곳』 북콘서트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자가 변영주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단재학교 영화팀 학생들과 ‘위안부’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관련 영화를 찾던 중 『낮은 목소리』라는 다큐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걸 계기로 변영주 감독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극장엔 『화차』가 개봉했을 때였고, 여러 번 함께 보며 ‘이 감독님 보통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부산영화제때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재치를 알게 되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 때 느낀 것은 ‘자신의 길을 오롯이 걸어간 사람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거였다.
북콘서트장에 많이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자신의 책에 대해 강연을 하는 경우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지거나, 내용이 산만해져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북콘서트는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보고, 최규석 작가가 『송곳』이란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전해주었으며, 하종강 교수가 디테일한 부분들의 빈틈을 메워주었고, 김경옥 위원장이 실제 경험을 이야기해줌으로 훨씬 다양한 각도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최규석, 사회의 모순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필치
절친 중에 사회적 모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친구가 소개해 준 『지금은 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최규석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그냥 읽기 시작했는데, 「갑옷도시」를 읽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갑옷이란 은유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체제에 복종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억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지, 어떻게 주인의 덕목을 내팽겨 치고 노예의 덕목을 고수하게 되는지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동화에는 해피엔딩이 있지만, 현실에는 지리한 삶만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최규석씨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담은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으며 최규석 작가의 문제의식을 좀 더 알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이란 체제에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기에 그 체제가 더 이상 의문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그걸 일상적인 담담한 이야기로 표현함으로 오히려 낯설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대한민국 원주민』은 어디까지나 그 당시 대한민국을 살아왔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에 불과하지만, 그걸 담담하게 그려냄으로 오히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원주민에게 얼마나 가혹한 나라인지를 보여줬다.
『송곳』도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소개해준 친구 덕에 보게 되었다. 평소 웹툰을 잘 안 보기에 이런 쪽 정보에는 거의 문외한인데, 친구는 “그 작가가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한 번 봐”라고 얘기했고, 그걸 계기로 보게 되었다.
바로 이와 같은 인연으로 오늘 북콘서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때론 그 당시엔 그게 어떤 인연인지 모르지만, 그게 이어지고 이어져 전혀 다른 인연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한 책을 통해 그 작가를 알게 됐고, 그 인연이 되어 오늘 북콘서트까지 찾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