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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Nov 23. 2015

『송곳』 북콘서트 정리

『송곳』 북콘서트 - 정리글

      변영주, 하종강, 최규석 33색 토크          



▲ 세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자리엔 사람들이 하나 둘 차기 시작한다.



웹툰 송곳에 대하여

     

변영주(이하 변): 제목을 송곳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규석(이하 최): 운전하다가 불연 듯 생각나서 붙였다.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취재하며 실직 당한 노동자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의 이미지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게 바로 ‘날카롭고 빳빳하다’는 점이었고 ‘송곳’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 왜 카르푸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인가?

: 만화로 그리기엔 중공업에 관련된 이야기가 더 그럴 듯해 보인다(청중 웃음). 용접기로 지지직 지지고 골리앗에도 올라가고 뭔가 더 액티브하다. 그런데 막상 취재를 하다 보니 그릴 자신이 없었다. 배경을 자세히 묘사하기가 훨씬 힘들고 인물들의 스타일도 달라 쉽게 공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김경옥 위원장(『송곳』 이수인의 실제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이야기가 잘 통했다. 그리고 마트 사진을 구하기 훨씬 쉬워 카르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구고신과 이수인의 투톱으로 진행되는데, 왜 투톱인가?

: 원랜 구고신 원톱으로 진행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반복되는 느낌이 있더라. 그래서 이수인 이야기를 중점으로 시작하여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업장에서 따내는 식으로 엮어가게 되었다.      



▲ [송곳]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 넘친다.



: 구고신 캐릭터가 가장 비현실적이다. 80년대 운동권 사람들은 ‘사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라는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구고신이란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 개인적으로 ‘오래 남아 있어서 열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게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70학번들을 만나 그 분들의 성격을 조합했다. 그 분들은 능글능글하고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순식간에 바뀌는 사람들이다.      


: 읽을 때 감동을 주는 그 대사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70학번들도 ‘송곳’의 구고신과 비슷한 얘길 하긴 하는데, 그걸 아주 길게 할 뿐이다(청중 웃음). 그런데 만화에서는 긴 대사를 할 수가 없어서 최대한 압축적으로 쓰다 보니, 명언처럼 써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려 해서 됐다기보다 아주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대사를 쓰게 된 거다.      


: 나머지 캐릭터 중에 구체적으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누구인가?

: 주강민이나 황준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쉬운 얘기가 아니지만,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하종강, 송곳은 기념비적 작품이지만 창의적이진 않다  

   

: 영화 『카트』는 흔치 않은 승리을 담아낸 영화였다. 그런 승리의 기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영화로 만들어 남기려 한 것이다. 최 작가도 그와 같은 관점에서 시작한 것인가?

: 카르푸 이야기는 작은 사건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카트』에선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를 보여줬는데, 나는 처음을 보여주고 싶어 기사로 작성되지 않았던 작은 사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다. 변영주 감독은 역시나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는다.



: 하종강 선생은 최작가를 만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나?

하종강(이하 하): 2008년 10월 3일에 처음 만났는데,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책에서 이주노동자를 외계인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더라. 놀라웠다. 『송곳』의 기획단계 때만 해도 최작가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계속 말했다. 그런데 최작가의 경우는 그 분야를 완벽하게 파악해야만 손을 댄다. 그래서 처음 기획단계엔 노동활극이었는데, 노동계의 큰 그림을 모두 알 수 없었기에 바꾸게 되었다. 그래서 유통업 관련 이야기만 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나는 거의 카메오로 변했다.      


: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달리기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있는 일인가? 『송곳』의 내용을 실제 현장과 비교한다면 어떤가?

: 『송곳』에 나오는 장면들은 상상이 아니라 실제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최작가가 만난 사람들이 그런 에피소드를 들려주었기에 최작가는 그걸 담은 거다. 『송곳』은 기념비적인 작품은 맞지만, 창의력은 없다고 봐도 된다(청중 웃음).

『송곳』‘프롤로그’만이라도 꼭 보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노무사들이 하는 일을, 변호사들이 하는 일을 구고신이 혼자 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 구고신의 실제 모델은 부산활동가인데, 지금 그 분이 화물연대에서 택배회사 노동자 운동을 하며 1200명을 모았다.                



▲ [송곳]은 이야기의 시작, 그리고 그 처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경옥, 최규석 작가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 『두 개의 문』 포스터의 전투 경찰이 최작가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포스터를 보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공포스런 얼굴을 가진 사람을 알게 됐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수인의 얼굴만 놓고 보면 누굴 그린 건가?

: 김경옥 위원장님의 특징을 잘 생기게 바꾼 것이다.      



▲ [두개의 문] 포스터. 어찌 이렇게 험상궂을 수가 있지. 그저 표정일 뿐이지만 살의가 느껴진다^^;;



: 『송곳』을 본 소감은 어떤가?

김경옥(이하 김): 처음엔 제 얘기를 그려준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만화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서 영광스럽고 좋았다. 그런데 한 화 한 화 연재되어갈수록 ‘이 사람이 내 얘기를 통해 자기 얘기를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청중 웃음).     


▲ 치열하게 현장에서 500일이 넘는 싸움을 했던 사람이, 지금 대중 앞에 나왔다.



: 실제 육사 출신인데, 성격은 어떤가요?

: 『송곳』의 이수인과 비슷하다. 그런데 최규석 작가도 나와 성격이 비슷한 거 같다. 이수인의 경우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기에, 실제로 친구도 없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 노동운동을 한 후 사람들 앞에 서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 지금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노동투쟁을 했던 게 개인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기에, 다시 노동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조용히 지내자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송곳』의 실제모델인데, 여기서까지 빠지면 나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아 나오게 되었다.      


: 이수인과 똑 닮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어느 장면인가?

: 육사에서 축구를 하는 도중 팔이 부러졌는데, 만화에선 다리가 부러진 것으로 묘사된 것 외엔 같다. 그리고 아참! 집회 신고를 위해 달리기를 하는 장면은 달랐다. 그건 최작가의 경험이고, 나의 경우는 달리기를 잘하지 못한다.      



▲ [송곳]을 보다보면 어느 한 구절에 멈출 때가 있다. 그 말 자체의 임팩트가 울림을 낳기 때문이다.



: 500일의 투쟁은 끔찍한 경험이다. 그리고 짧지 않은 기간이기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인천의 위장 폐업한 공장에서 100일을 버티는 사람들을 보면서 철저하게 고립되어진 채 버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실히 볼 수 있었는데, 김 위원장은 그걸 직접 했던 당사자다. 그럼에도 승리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반승반패다.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관철되었으나, 9명의 핵심간부가 사직서를 써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합의를 보러 들어갈 땐, 간부들에게 사직서를 받고 협상을 해야 했다.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건 ‘임금인상이나 복지가 좋아진다는 건 약속할 수 없지만 해고당하지 않도록 약속하겠다’며 투쟁을 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싸웠고, 정규직은 복직을 포기해야만 했다.      



▲ 김 위원장은 카르푸 얘기는 시작에 불과할 뿐, 이랜드와의 싸움이 진짜이기에 그 얘기까지 최작가가 그려주길 바랐다.



: 『송곳』 이수인과 『카트』 김강우씨 중에 누가 더 좋나요?

: 노조할 땐 30대 초반이었기에 둘 다와 비슷한 이미지였다. 이수인은 키가 크다. 저의 경우 그리 큰 키는 아니기에, 독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최작가에게 키 좀 줄여 달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책이 안 팔리기에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청중 웃음).     

: 그런 성격을 매력적이라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

: 나도 그와 같은 성격이었기에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이 노조 위원장을 한다는 게 신기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굉장히 큰 싸움을 했고, 그 큰 싸움에서 어떻게 버텼으며 이겨나갔는지 그게 되게 궁금했다.           



▲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무겁지만은 않다.




      청중과의 질의응답 

    

Q: 지금 3권까지 책으로 나온 상황인데, 4부 연재 계획은 어떻게 되며, 몇 권으로 끝낼 건가?

: 5권까지는 나올 것이며, 6월 안으로 시작할 것이다.      



▲ 관객들과의 대화가 무르익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가고 있다.



Q: 네이버에 연재한 이유가 있는가?

: 네이버와 다음에 제안을 했었고, 둘 중 한 곳에 연재하기로 결정해야할 입장에 서 있었다. 여러 가지 제안은 다음이 훨씬 많이 해오더라. 하지만 맘속에 갈등이 일었다. ‘다음으로 가면 너무 다음스럽다’는 얘길 들을 거 같아서였고 익숙한 곳보다 낯선 곳에 있을 때 눈에 더 띄지 않을까 싶어서 네이버를 택했다.

초반엔 순위가 너무 낮아서 후회를 많이 했다. 하지만 순위가 차츰 올라가며 후회도 사라졌다. 순위가 하나씩 바뀔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장난이 아니었다(청중 웃음).     


Q: 변영주 감독에게 질문하겠다. 『송곳』의 두 주인공에 알맞은 배우를 고른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 『송곳』에 관심이 많았고 남자 투톱이라 굉장히 흥미롭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 『조명가게』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새로운 영화를 맡지 못한다. 그러나 『송곳』이 영화화되는 건 굉장히 기다리고 있고, 혹 ‘관객과의 대화’를 하게 된다면 할 생각은 있다. 지금 얘기 듣기론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더라.



▲ 10월 24일 드라마가 첫 방영을 했다. 우려와는 달리 원작을 잘 살려 다행이다. 2화의 엔딩씬은 전율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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