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하이쿠 <55>

2019년 8월24일

by 허건수










문을 나서면
온통 풀벌레 소리
걷고 걷는 밤



요며칠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꿈 속에서 예전 일들이 나오기도 하구요. 무언가 어떤 '소리'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 써보려는 글이 생각만큼 진척이 안되서 압박감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구요..
퇴근 후 집에서 밀린 설거지를 하고 집 밖으로 나와보았습니다. 자주 가는 산책길을 걷는데 어느 구간에 이르니 풀벌레 소리가 엄청나더군요! 빠르게 진동하는 방울 소리와 같은 풀벌레 소리가 온통 길을 메우고 있었고, 바람이 없어도 이젠 그리 덥지 않은 밤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노래가 흥얼거려지고 발걸음에 속도가 붙고 있었습니다. 어선등이 수평선을 밝히는 해안길을 지나, 이젠 봐도 짖지 않는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있는 오래된 집 앞을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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