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4일
비바람 쳐도
뛰노는 아이처럼
해는 발갛네
올여름은 참 유별난 것 같습니다. 7월 하순인데도 밤에는 꼭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로 서늘하고, 이번처럼 장마가 길고 비가 자주 오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지난 한 주 휴업을 했던 회사는 다행히 이번 주부터 정상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란 게.. 지난주엔 일을 못해서 그렇게 불안하더니, 이번 주는 손님이 많아서 힘들다고 불평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어제 저녁 쉬는 시간엔 잠시 회사 옥상에 올라갔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냥 맞고 있었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뒤론 비를 맞는 게 그리 싫지만은 않더라구요. 오히려 가끔은 비를 맞으며 뛰다가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비구름이 하늘 전체에 잔뜩 있었지만, 저 앞에 구름과 바다 사이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노랗고도 붉은 빛이 주변까지 퍼지며, 하늘 전체가 은은한 장막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부러운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빛을 보면서 순간, 비를 맞고도 신나게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바알간 두 볼이 떠올랐던 건.. 흠뻑 비에 젖은 채 웃고 있을 오름과 숲의 나무들이 떠올랐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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