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3일
느슨히 쌓여
비바람도 견디는
이 돌담처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동네 한 바퀴를 걸으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지난밤 비가 내려 땅은 젖어있었고 다시 비가 내릴 모양인지 잠시 개인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요 근래 한 두 달 사이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해드려야 했었고 얼마 뒤에는 넷째 이모님의 장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장마와 특히나 올해는 더 강하고 자주 올 수 있다는 태풍, 그 뒤에 이어질 폭염까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내려앉은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문득 돌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주에서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돌담. 구멍은 군데군데 뚫려있어서 허술하게 쌓은 것 같기도 하고 휙 밀면 무너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 그렇지만 그 덕분에 구멍으로 바람이 새어나갈 수 있어서 강한 비바람도 견딜 수 있는, 느슨함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바로 그런 돌담이 눈에 들어와 한동안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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