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 김민희, 이어령, 위즈덤하우
위즈덤하우
1988년도 올림픽 경기장에 한 아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입장한다. 그저 푸른 잔디밭 중앙에 뛰어가고 있는 것은 어떤 화려한 퍼포먼스도 아닌 어린아이 한 명이었다. 이 사건이 그 당시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올림픽이라 생각할 때 나타나는 시간들을 가득 메우는 퍼포먼스가 아닌 10초 동안에 정적, 모두의 축제와 어울릴 수 있는 연출이 가능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자국의 위상을 보여야 하기에는 많은 이들이 보기에 거대한 도박과도 같아 보이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그 퍼포먼스는 성공적이었다. 모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렬했다.
‘평화’
냉전시대의 끝자락에 서울에 소련과 미국으로 상징되는 동서 진영이 모두 참가하는 ‘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그런 올림픽이었다. 그러한 올림픽에서 정적이 흐르는 동안 운동장 가운데로 굴렁쇠를 굴리며 가는 소년은 ‘평화’ 그 자체였던 것이다. 조금만 더 이 굴렁쇠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본다면 결코 우연이 아녔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심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이라 말하는 ‘이어령 박사’가 있었다.
‘이어령 박사’의 삶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이룬 업적을 놓고 본다면 꽤나 많은 일들을 하시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한국 예술 종합학교’를 설립했으며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고 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힘쓰시기도 하셨다. 더욱 놀라운 것은 88세의 나이에도 4차 산업시대의 이해가 그 누구보다 높고,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이어령 박사’로 부터 자문을 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가 자신의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놓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지막 제자인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의 편집장인 김민희로부터 제안을 받아 5년, 100시간 정도 동안의 인터뷰를 한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의 직접적인 이야기가 [이어령, 80년 생각]이라는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이어령 박사’의 자서전적인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이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누구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듯하다.
‘창조적인 생각’ 말이다.
성과로 나타나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이기도 하기에, 때로는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더 나아가 꿈꾸고 있는 그 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모습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크나큰 용기를 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드는 것은 ‘이어령 박사’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항상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이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조식 사회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말하는 ‘질문’은 ‘이어령 박사’에게 늘 따라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의 결과 그가 이루어낸 창조적인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그가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이야기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들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옛것에서 부터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지혜와 채움이 아닌 비움에서 오는 수많은 것들, 이런 그의 이야기가 더 큰 통찰을 배울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준비된 강연도 물론 듣는 이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큰 공부가 될 수 있지만, 순간순간 그가 느끼는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것은 더욱 그의 직접적인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생각이 든다. 다듬어지고 정제된 것 또한 가치 있지만 당장에 그가 현시점에서 고민하고 나온 그 날것의 답에 연륜과 지혜가 담겨있다면 우리는 그 말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한 대화는 아니지만 그 상황상황 가장 궁금한 것에 대한 ‘이어령 박사’의 답은 생각지 못한 더 많은 것으로 마음에 관철시키는 듯하다. 그러기에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배웠다 말하고 싶어지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현시대에 어느 때보다 창의적인 생각과 사고가 요구되고 있다. 정형화된 무엇으로부터 사람들이 느끼는 흥미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는 시기인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그런 창의적인 생각을 했다면 어떻게 아웃풋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역시 너무나 필요한 이때, 이어령 박사님의 이야기가 너무나 큰 도전이 되는 듯하다.